모두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동부전선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 모(22) 병장이 23일 오후 검거되면서 긴박했던 43시간의 추격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 군은 사건 발생 당시 대처에 무기력했고 이후 민간피해를 막기위한 초동조치 역시 미흡했다. 또, 고위험 관심사병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됐다.
◈ 총기난사 임 병장에 대응사격 한 발 못해 '무기력'
육군 22사단 55연대 소속인 임 병장이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GOP에서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시점은 21일 저녁 8시 15분쯤이다.
당시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초(생활관) 인근 삼거리에서 임 병장은 갑자기 수류탄 1발을 던졌다.
임 병장은 이후 혼비백산해 40m쯤 떨어진 소초 방향으로 도망가는 동료 장병들을 뒤쫓아가며 K-2 소총을 조준 발사했고, 소초 내부에도 진입해 소총을 쐈다.
수 분 만에 이뤄진 끔찍한 사건으로 소초에 있던 일부 희생 장병의 경우 비무장상태여서 임 병장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 병장과 함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8~9명의 장병들은 근무 전·후 상태로 무장상태였지만 임 병장을 향해 단 한발의 총탄도 발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 수류탄이 폭발하고 총탄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대응사격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적의 공격이 있을지 모르는 최전방 GOP에서 훈련된 장병들이 단 한명의 아군에 의해 발생한 사건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조차 "2012년 22사단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이 말그대로 '귀순'이었기에 망정이지 공격이었다면 전원 몰살 당했을 것"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군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심약한 병사들이 많아지면서 상당수 지휘관들의 부대운영 원칙이 전투부대 육성보다는 사건사고 방지에 맞춰져 있다"며 "당연히 부대의 전투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무장 탈영했는데 민간에 공지는 2시간 지난 뒤에
군은 사고 발생 직후 13분 만인 8시 28분에 사단 내에서 위기조치반 소집을 했고 이와 거의 동시에 GOP 병력 전원투입 지시를 내렸다.
이어 8시 36분에 임 병장이 더이상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도록 차단선을 설정한 뒤 차단선 위주로 주요 길목에 모든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사건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것은 사건 발생 2시간여가 지난 10시 12분쯤이었다.
비록 임 병장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군이 자체적으로 차단선을 구축했다는 이유로 민간에는 뒤늦게 관련 사실을 공지한 셈이다.
결국 임 병장이 차단선을 뚫지 못하고 23일 오후에 생포됐지만 도주 뒤 43시간 동안 민간이 살고 있는 명파리 1km 부근, 금강산 콘도 500m 부근까지 접근했다.
군은 탈영병의 경우 원칙적으로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뒤늦은 발령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고위험 관심사병도 GOP 근무
육군은 현재 보호관심병사 등급을 A, B, C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분류하고 있으며 A급 관심사병은 자살우려자 A.B급(자살계획/시도경험), 사고유발 고위험자 등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다.
비록 임 병장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등급이 완화됐다고 해도 임 병장은 여전히 사고유발 위험이 있는 등급의 병사지만 근무 중 항상 총기와 실탄, 수류탄을 소지해야하는 GOP에 투입됐다.
현재 군 전체 관심사병은 모두 1만 7천여명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아 이 보다 더 많은 병사가 관심사병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입영대상 인원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군이 임 병장 같은 고위험군 관심사병들에게까지 사고 위험이 큰 근무나 작전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