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크로스였다. 축구는 종종 이렇게 잔혹할 때가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의 '클러치 능력' 때문에 16강 진출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미국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팀 하워드의 말이다.
호날두의 발 끝에서 포르투갈의 희망 찾기가 시작됐다.
23일(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포르투갈과 미국의 G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 시작 5분 만에 터진 나니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포르투갈은 후반 들어 저메인 존스와 클린트 뎀프시에게 연속 골을 얻어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뎀프시의 역전 골은 후반 36분에 터졌다.
이미 독일에게 0-4로 크게 패한 포르투갈로서는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극적인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호날두가 오른쪽 측면에서 완벽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바렐라가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바렐라의 헤딩도 좋았지만 그 전에 호날두의 크로스가 흠잡을 데 없을만큼 좋았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패배 직전의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모습이 과연 발롱도르 수상자답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호날두가 '클러치 능력'을 발휘해 포르투갈을 수렁에서 건졌다면 아르헨티나 특급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는 하루 전 수준이 다른 해결사 능력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메시는 이란과의 F조 2차전에서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무승부로 끝나는듯 하던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철옹성같았던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클러치' 한 방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찬사가 쏟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의 마법이 아르헨티나를 16강으로 이끌었다. 메시가 또 한 차례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한 갬블러는 아르헨티나의 승리에 3만5천달러(약 3억5천만원)를 걸었다가 메시의 골이 터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호날두와 메시, 오랜 라이벌이다. 게다가 세계 스포츠에서 대표적인 두 라이벌 구단의 간판 스타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원맨팀 같다. 아르헨티나 역시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한 탓에 메시가 짊어진 부담이 상당하다. 그래도 그들의 '클래스'에는 변함이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다. 메시는 최소 2경기를 더 남기고 있다. 호날두는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복잡한 G조…포르투갈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포르투갈은 미국과 2-2 무승부를 기록해 천신만고 끝에 승점 1점(1무1패)을 따냈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독일과 미국이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한 가운데 두 팀이 오는 27일 최종전을 치른다.
포르투갈은 각각 1무1패를 기록 중인 가나와 마지막 경기에서 맞선다. 포르투갈이 가나를 대파하고 미국과 독일이 비기지 않는다면 포르투갈에게도 16강 진출의 희망은 있다.
미국의 사령탑은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서로 비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도 조 1위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