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내정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 사퇴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문 내정자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는 말은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문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내심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게 됐다.
문 내정자가 공을 청와대로 넘김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가 여부를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것은 보수 인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인사청문회에 나가 친일파 논란 등과 관련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 여권은 문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여서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우선은 전화 접촉 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사적 라인을 내세운 물밑 접촉을 통해 문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계속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안으로 문 내정자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총리 임명동의안을 뺀 국무위원 인사청문 요청안에만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총리 지명 철회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국정공백을 방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 내정자가 총리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이른바 '전효숙 방식'이 차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입을 상처를 조금이나마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