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3일(한국 시각)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와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 패배를 안았다.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가 후반 만회골을 넣었지만 역부족이었다.
1무1패가 된 한국은 H조 최하위로 처졌다. 러시아와 1차전 무승부 이후 승점 1에 머물렀다. 16강을 확정한 벨기에(2승)를 비롯해 알제리(1승1패)는 물론 러시아(1무1패)도 골 득실에서 한국에 앞서 있다.
당초 알제리전은 한국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별렀던 경기다. 러시아전 1-1 무승부로 자신감에 찬 한국은 승점 3을 추가해 16강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각오로 불탔다. 홍명보 감독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전은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했다면 알제리전은 이기는 전술을 펴겠다"며 필승의 출사표를 던졌다.
더욱이 알제리는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불화설이 불거져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벨기에와 1차전 패배로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에 대해 자국 언론과 선수들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알제리의 자중지란 조짐은 한국에는 호재였다.
▲韓, '내분' 알제리에 완패…日, 수적 우세에도 비겨
하지만 뚜껑을 여니 정반대였다. 알제리는 승리에 대한 일념으로 똘똘 뭉쳤고, 한국은 수비 조직력이 와해되며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알제리는 전혀 내분과는 관련이 없는 팀처럼 보였다. 경기 후 알제리 선수들은 "이제는 감독을 100% 믿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15일 코트디부아르와 1차전에서 1-2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20일 그리스전은 필승을 다짐했다. 더욱이 경기 중 상대 선수 1명이 퇴장당하는 호재도 발생했다. 그러나 결과는 0-0 무승부, 패배나 진배없었다.
한일 양국은 자력 16강 진출은 이미 물건너갔다. 나란히 1무1패로 기적을 바라야 한다. 각 조 최강 벨기에, 콜롬비아와 최종전에서 무조건 이기고 남은 경기 결과를 따져야 하는 신세다. 그나마 상대팀이 이미 16강을 확정해 전력을 쏟지 않을 것이 다행이다.
2002 월드컵을 공동개최했던 한일 양국. 그해 한국이 4강, 일본이 16강에 오르며 자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2010 남아공 대회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동반 달성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 실낱 희망에 의존해야 하는, 서로를 보며 위안을 삼아야 하는 딱한 신세다. 과연 어느 팀의 기적이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