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아베 고노담화 검증은 미국 향한 유치한 반항"

"'노'라고 말하고 싶은 것…중국과 목표가 같은 셈"

일본 아베 정권의 '고노(河野)담화' 흔들기 시도를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미국 워싱턴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의 소장인 민디 코틀러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담화 검증결과는 (고노담화 계승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에 반항하려는 유치한 행동"이라며 "아베와 그의 추종자들은 자학적인 전후 정권으로부터 벗어나고 평화헌법과 국제기준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틀러 연구원은 이어 "아베 정권은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기이하게도 일본은 중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정부의 이번 검증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심으려는데 있다"며 "특히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법을 협상한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은 삐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덜란드, 영국, 호주, 프랑스 등 모든 나라와 관련돼있다"며 "아베 정부의 시각이 퇴행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모든 관련 정부들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일본 국내여론과 한국과의 관계에 부정적 여파를 가져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고노담화의 진정성은 한·일관계 진전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일본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검증은 한·일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며 일본 정부는 이번 일이 양국관계에 큰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검증이 고노담화에 대한 일본의 국내정치적 지지를 공고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아베 정권이 이런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양국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는 고노담화 자체를 훼손하겠다는 의도는 없어보인다"고 해석하면서도 "그러나 일본은 보다 충실하고 분명하게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짐으로써 그동안의 비효율적이고 법률주의적인 접근태도를 넘어설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고 비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위안부 동원과 관련해 일본군이 중심적으로 개입했고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일본 정부는 책임을 피하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과거사에 대해 분명하고 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번 검증작업은 자민당 내의 보수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기반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역사 수정주의를 둘러싼 모든 계략과 목소리는 아베 정권의 국가안보 전략을 약화시키고 한·일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은 "이번 일은 아베 총리와 그의 수정주의적 견해에 찬성하는 지지자들이 스스로 만든 덫"이라며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 동원과 관련해 강압이 없었다고 반박한 것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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