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귀국하면 국회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내는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당장 결론을 내릴지, 아니면 시간을 더 끌며 상황을 지켜볼 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 등은 20일에도 문창극 파문을 해결할 묘책을 강구했으나 최종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여러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가 한번 문 후보자를 직접 설득해본다
일단 문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도록 설득해 본다는 방안이다.
문 후보자와 가까운 지인들과 총리실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를 설득해보되 여의치 않을 경우 조윤선 정무수석이 문 후보자를 한번 찾아 그의 입장을 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기춘 실장까지 나설 필요는 없는 것으로 일단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춘 실장이 나서더라도 문 후보자가 순순히 사퇴할 것 같지 않고 잘못 나섰다간 오히려 역이용 당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만나 설득하면 그는 아마도 박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요구를 할 지 모른다”며 “섣불리 청와대가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그의 언행으로 볼 때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매일 출퇴근길에 기자들을 상대로 친일 사관을 불식시키고자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을 거론하는가 하면 일본의 고노담화 재검증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정홍원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을 배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문 버티기에 박 대통령도 당황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문 후보자를 바로 잘라버리자는 의견이 현재로선 많다.
문 후보자의 반발과 인사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당장 결론을 내야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궐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어디로 튈 지 모르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반격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여권은 그래서 문창극 후보 문제를 박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더 끌어 자진 사퇴할 시간을 주자는 방안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총리 인사청문요청서 결제든 지명 철회든 바로 하지 않고 더 두고 보자는 것.
◈ 결정을 며칠 미루고 더 지켜보자는 의견 많아
인사청문요청서 서명을 비롯한 문창극 후보와 관련한 모든 조치를 당분간 유보(hold)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문요청서를 보류하는 것도 좋은 방안임에 틀림없으나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자진 사퇴론에 대해 반감이 아주 크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그가 언론에 항변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준 뒤 결론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 상당하다.
따라서 여권은 현재 문창극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보고 지명 철회와 인사청문요청서 제출 등과 같은 방안 중에서 가장 파장이 적은 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다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것이자 재보궐 선거를 망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감행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만약 박 대통령이 귀국해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는 결정을 한다면 그건 여당으로 하여금 총을 맞으라는 것과 다름없으며 7.30 재보궐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인사청문요청서를 ‘홀드’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좋은 안”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의 의견은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묘책’과 비슷하다.
사나흘의 시간을 끌어 문창극 후보자로 하여금 자진 사퇴를 유도한 뒤 그래도 문 후보자가 물러나지 않을, 그때 ‘지명철회’라는 최후의 카드를 쓰자는 것이다.
◈ 지명철회는 최후 카드...김기춘 사퇴 불가피
여당의 한 의원도 “박 대통령이 현재로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지명철회뿐인데 언제 결행을 할 지는 대통령이 귀국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를 당장 사퇴시킬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위해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문 후보자 즉각 지명철회를 머뭇거리게 한다.
특히 지명철회는 김기춘 실장의 동반퇴진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자 파장이 만만치 않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창극 후보자의 동반사퇴를 불러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명철회는 김기춘 실장의 퇴진을 의미하는데 박 대통령은 현재 김 실장 없이는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 지명철회에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김기춘 실장의 경질은 박 대통령으로선 수족을 직접 잘라야 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이 아니고서는 결행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과 정치권은 대통령의 귀국 이후 첫 결단이 무엇인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