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일(한국 시각)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그리스와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전반 38분 그리스의 미드필더 코스타스 카추라니스(PAOK)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일본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이 됐다.
후반 11분 일본은 숨겨둔 비장의 무기 가가와 신지를 투입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이 후반 총공격을 위해 아껴둔 그리스전 필승 전략이었다.
마치 지난 15일 열린 일본-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 드로그바의 투입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전반까지만 해도 1-0으로 리드하던 일본은 후반 17분 드로그바의 투입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드로그바가 들어온 지 2분 만에 동점골, 또 2분 만에 역전골까지 내줬다.
드로그바는 이미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자국의 내전을 멈추게 하며 '드록신'으로 불릴 만큼 코트디부아르 축구의 상징적 존재. 그런 그는 일본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축구 팬들에게 다시 '신격화'의 대상으로 추앙받았다.
가가와가 투입되자 관중석 일본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적인 팀에서 뛰고 있는 가가와가 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기대대로 가가와가 일본의 득점과 승리를 이끌었다면 '신'까지는 아니어도 '영웅'은 됐을 터였다.
실제로 가가와 투입 후 일본은 결정적인 기회를 맞기도 했다. 특히 후반 23분 가가와의 절묘한 롱 침투 패스로 시작돼 우치다 아츠토(샬케04)를 거쳐 오쿠보 요시토(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노마크 상황으로 이어진 장면은 가장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오쿠보의 논스톱 슛이 엉뚱하게도 승천하면서 경기장에는 탄식이 흘렀다.
결국 일본은 수적 우세와 70% 가까운 압도적인 볼 점유율에도 그리스와 0-0으로 비기면서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했다. 경기는 비겼지만 사실상 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코트디부아르와 1차전에서 슈팅과 크로스를 단 1개도 올리지 못하며 패인으로 지적된 가가와는 2차전에서 심기일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잘만 했다면 드로그바가 될 수 있었던 가가와. 그의 도전은 아쉽게도 무산되면서 '패러디'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