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판 벼르는 문창극…'점입가경'

청와대 새누리, 문 사퇴시킬 묘책없어 고민

친일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를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결국 청와대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문 후보자는 19일 아침 출근길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경제분야 국회 답변하는 것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총리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낸데 이어 오후 퇴근길에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을 가슴 시리게 존경하는 내가 왜 친일이냐"며 항변했다.

"반민족적이라는 얘기에 가슴 아프다"며 기자들에게 자신이 쓴 안중근 칼럼을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떠났다.

문 후보자의 한 측근은 "문창극 후보자는 대통령이 사퇴하라고 해도 사퇴하지 않고 청문회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정도로 국무총리 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 사상 초유의 인사 난맥 사태

문 후보자의 버티기로 사상 초유의 인사 난맥상이 일어났다.

'문창극 불가론'을 펴고 있는 여권, 특히 청와대가 문창극 후보자에게 발목이 잡혀 전진할 수도, 되돌아올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못하는 신세가 됐다.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초유의 일을 겪은 청와대는 난감해 하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밤까지는 사태를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특히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론이 거부당했다고 보고 지명 철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창극 후보자가 저렇게 나올 줄을 몰랐다"면서 "이제는 지명을 철회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어제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자신이 직접 썼다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칼럼을 읽어주는 것을 보면서 이상한 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청와대가 문창극에 된통 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한 친구는 "문창극 후보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자존심이 아주 강할 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종교적 신념이 강해 사퇴 설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경우 청문회에 가겠다는 그의 '신념'에 따라 반발할 개연성도 있다.

문 후보자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청와대로부터 '지명 철회' 통보를 받을 때 총리 천거 과정과 그동안의 청와대와의 교감 내용을 공개하며 청와대와 정치권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게 여권의 가장 큰 고민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할 말을 하고 떠나는 단계를 넘어 청와대와 정치권을, 더 나아가 국민을 들이받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여, 청와대와 정치권 들이받을 수도 있다

고집이 세고 강직한 데다, 강한 소신에 종교적 신념까지 완강한 그의 성정으로 볼 때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청와대, 새누리당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문창극 사태의 심각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수렁에 빠져든 국면이다.

더 빠져드느냐, 이쯤에서 빠져 나오느냐는 청와대, 박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박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는 것은 인사 참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19일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게 된다면 박근혜 정권뿐만 아니라 7.30 재보궐 선거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인준 표결까지 간다면 최소한 7월 말이나 8월 초쯤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고 김기춘 실장에게 문창극 후보자의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쯤에서 수습해야지 더 끌었다간 여권 전체가 공멸한다"고 조언했다.

◈ "새누리, 문 청문회에 세우면 7.30 끝장난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가 제아무리 버티며 청문회를 요구하더라도 청문회에 세워선 안 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중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인서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 문 후보자를 청문회에 나가게 할 경우 모두가 망한다"며 "그건 하책 중 하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스마트폰 문자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 후보자의 청문회를 밀어붙인 이완구 원내대표와 윤상현 사무총장도 문 후보자를 청문회에 끌고 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며 이미 시기를 놓쳐버렸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문창극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 좋을 것을 청문회에 나가겠다며 버티는 상황을 매끄럽게 해결할 길이 없다.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를 가장 먼저 제기한 서청원 의원이 19일 공식으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문 후보자가) 물러나시는 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좋지 않나. 그게 나라와 국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더 깊은 성찰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드러운 어조로 사퇴를 요구한 것도 '문 후보자여, 제발 그만 버티고 나가주세요'라는 의미다.

◈ 여권, 그를 사퇴시킬 묘책이 없어 전전긍긍

여권의 그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는 뾰족한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직접 설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만이 남았다. 그를 선택한 사람도 대통령이고 그를 버릴 사람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문창극 인사 참사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고 있다.

7.30 재보궐 선거의 초침은 째깍째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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