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ISIL, 점령지 일부서 주민 유화책"

모술서 이슬람율법 강제 안 해…온건 주민 회유 목적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일부 점령 지역에서 주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유화책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ISIL이 지난 10일 북부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직후 군사 퍼레이드를 하며 범법자는 샤리아로 엄격히 다스리겠다며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여성은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무르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

그러나 ISIL은 지금껏 주민들에게 샤리아를 강제하지 않으며 기독교 교회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칼리즈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자취를 감췄던 거리의 환경미화원들도 일터로 돌아왔으며 월드컵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식당도 밤늦게까지 문을 열었다.

그러나 ISIL의 이 같은 유화책은 단지 일시적인 조치일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ISIL이 올해 초부터 장악한 바그다드 서쪽 도시 팔루자에서 무장세력은 공공연히 범법자에게 태형을 실시하는가 하면 도둑질을 한 자는 손목을 자르든 등 소위 '탈레반식' 통치를 하고 있다..

시리아 접경 마을 라카에서 ISIL은 더욱 대담하게 도심 광장에서 공개 처형을 하는가 하면 기독교 신자들에게 보호를 명목으로 세금을 걷고 있다고 현지 활동가와 주민들이 전했다.

ISIL은 지난 주말에도 정부군 1천700명을 처형했다고 주장하며 수십 명이 끌려가거나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ISIL이 모술을 비롯한 일부 점령 지역에서 엄격한 샤리아 적용을 배제하고 유화책을 쓰는 것은 계산된 조치일 수 있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정부군에 비해 적은 수의 병력으로 수니파 밀집 지역인 이라크 북부와 서부를 짧은 시간에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유화책으로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슬라 수니파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ISIL이 탈레반식 통치로 전환하면 지금은 바그다드 중앙정부에 등을 돌린 수니파 부족 세력이 ISIL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술의 한 주민인 유세프 살라헤딘은 "모술의 상황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이곳 공무원들은 이번 달 월급을 누구로부터 받을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