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속 '동성 코드'가 유쾌해졌다

키스 퍼포먼스를 하는 배우 정려원과 도전자 림수미. (방송 캡처)
양지로 나온 방송 속 '동성 코드'가 유쾌해졌다.

지난 15일 방송된 스토리온 '아트 스타 코리아'(이하 아스코)에서는 도전자 림수미가 퍼포먼스 차원에서 배우 정려원에게 기습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방송 이후 대다수 시청자들은 동성인 두 사람의 키스를 별 다른 거부감 없이 '퍼포먼스'로 받아들였다. 해당 장면이 편집되지 않은 채 전파를 탄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반발은 없었다.

여성 시청자 신보* 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두 사람의 퍼포먼스가 오히려 도전자들끼리 대결하는 방송에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런 대중의 반응은 과거 '동성 코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반발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형사 박태일(안재현 분)과 지국(박정민 분). (방송 캡처)
드라마에는 이같은 '동성 코드'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추세다.

남자 주인공 및 남자 캐릭터들의 '브로맨스' 관계는 이제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같은 존재가 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극중에서 남녀 주인공들의 러브라인과는 별개로 진행되며 특히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초반 '브로맨스'가 동갑이나 친구 관계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최근엔 연령 차가 많이 나는 남성 캐릭터들도 이런 코드로 엮이고 있다.


SBS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형사 박태일(안재현 분)과 지국(박정민 분)은 티격태격 거리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진한 동료애를 보여줘 이들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태국커플'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왼쪽부터) 방송인 홍석천과 패션 디자이너 김재웅. (자료사진, 방송 캡처)
동성애자인 방송인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커밍아웃 방송인 홍석천은 다수의 예능에 출연, 특유의 입담으로 동성애 관련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 호감을 얻었다.

올리브TV '셰어하우스'에 출연 중인 패션디자이너 김재웅은 지난 5월 방송에서 분위기가 형성되자 돌발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당시 김재웅의 커밍아웃보다는 추궁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 출연자들의 태도가 더욱 논란이 됐다. 오히려 김재웅에겐 지인들 및 네티즌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아직 방송가에서 연예인들의 '커밍아웃'을 쉽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커밍아웃'한 연예인의 경우 이전보다 자유롭게 성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는 '우려'와 '반가움'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방송에 등장하는 가벼운 동성 코드들이 성소수자들을 희화화하고, 사회에 남아 있는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희미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방송가가 '동성애'를 금기시했던 과거 풍조를 벗어났으며 이것을 계기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유세경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도 많이 개방화되서 젊은이들 중심으로 성소수자 문제가 인지되고 있다"면서 "심각한 문제를 심각한 이슈로 드러내서 저항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방송 속 '동성 코드'의) 유머러스한 터치로 거부감 없이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다. (성소수자 문제가) 대중에게 다가가서 사회가 서로 다른 사고를 하는 사람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계도 존재한다. 유 교수는 이같은 '동성 코드'가 방송 콘텐츠 안에서 진지하게 바뀔 경우, 대중들이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진지한 터치로 바뀔 때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의 문제"라며 "유교 문화로 인해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게 정상규범이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동성애자들은 여기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받아 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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