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입국 어린이 급증…열악한 임시보호소는 만원

주로 중앙아메리카 출신으로 최근 8개월간 4만7천명 붙잡혀

어린이 수백 명이 굵은 철사로 된 울타리 옆에서 알루미늄 포일처럼 생긴 담요를 덮고 있었다. 좁은 방에서는 제대로 씻지 못한 여행자들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브라운스빌에 있는 임시 수용소 풍경이다.


이달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모 없이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이 급증하는 데 대해 '긴급한 인도주의적 상황'이라며 추가 예산을 요청한 데 이어 국경경비대가 마련한 임시 수용소 두 곳이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부모 없이 국경을 넘는 어린이들은 지난 3년 동안 급증해 지난 8개월 동안만 4만7천명이 남서부 국경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대부분 중앙아메리카 출신이다.

전국 100개의 보호소는 몇 달째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어섰고 현재 7천6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의 국경수비대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도 이미 만원으로, 어린이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성별에 따라 십여 명씩 나누어져 있고, 아기가 있는 어린 엄마들은 다른 구역에 모여 있었다. 마당의 위장 텐트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에게서야 조금 밝은 표정이 보였다.

대여섯살로 보이는 십여 명의 여자 어린이들은 샤워 시설 바깥의 다른 텐트에 젖은 머리를 하고 앉아있었고, 마당 안쪽에서는 10대 소녀들이 보호시설 업무를 맡은 연방비상재난관리청(FEMA) 직원들과 공을 차고 있다.

노갈레스의 시설에서도 한편에서는 소녀들이 소리를 지르며 축구를 하고 있었지만, 1만1천㎡(3천300평) 깨끗한 창고 안에 있는 1천여 명의 어린이들은 조용했다.

대형 고화질 텔레비전에서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지만 소년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몇몇이 담 안에서 축구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작은 매트리스 위에 알루미늄 포일처럼 보이는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다.

이곳 역시 꼭대기에 가시철사가 달린 4.5m 높이의 펜스가 어린이들을 성과 나이에 따라 구분하고 있었다.

관리청 관계자는 들어오고 나가는 숫자가 항상 유동적이라 정확한 숫자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청 직원들은 임시 관리자로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 예로 중앙아메리카의 아이들이 먹지 않는 음식을 아침 식사로 수일째 제공하다 바로잡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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