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랑스 무기전시회 데뷔…"재해 관련 제품 인기"

무기 수출의 굴레를 벗어던진 일본이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무기 전시회에 공식 데뷔했다.

1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육상·항공방위안보 전시회인 '유로 사토리'가 열린 프랑스 파리 교외의 '전시장'(Parc des Expositions).

전시장 가운데 일장기와 함께 'JAPAN'(일본)이라고 쓰인 일본 부스 표지판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일본 대기업인 가와사키(川崎)중공업, 히타치(日立), 미쓰비시(三菱)중공업, NEC, 도시바(東芝), 후지쓰(富士通) 등 일본의 13개사 부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92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파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 일본이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까지 일본에서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이 살아있는 동안 일본 업체들은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에 히타치는 군대가 강을 건널 때 쓰는 부교(浮橋)를 출품했으며 가와사키는 지뢰탐지기를, 미쓰비시는 탱크 탄약 탑재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 기상관측 레이더, 야간용 렌즈, 전차 엔진용 패널, 공대공 소형 표적기용 패널 등 각종 첨단 제품도 소개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방위 산업 선진국 업체들이 헬리콥터나 탱크, 신형 소총 등 인명 살상 무기 등을 출품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는 "일본이 이번이 처음이라 전자통신이나 차량 등 일본이 뛰어난 부문을 중심으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무기 쪽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전시장에는 서양인과 아랍인 등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일본인들이 이들에게 일본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올해 참가한 일본 기업을 대리한 '크라이시스 인텔리전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어들이 특히 재해 관련 기술과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 상황에서 인명 구조와 복구에 관한 일본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회 주최 측으로부터 참가 제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 참가 업체들은 한국 언론의 취재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첫 참가 소감이나 한국과 일본의 방위 산업 부문 경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모두 "답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근접 촬영 등을 금지하는 일본 부스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NHK를 비롯해 여러 일본 언론은 일본 부스를 취재하며 회사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현장을 찾은 한 한국인 군수 전문가는 "일본이 아직 방위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상황은 아니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과 협력하면 우주 항공이나, 로봇, 정보기술(IT) 부문 등 일정 분야에서는 미국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프랑스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 회담에서 수중 경계 감시에 사용되는 무인 잠수기 등 방위장비의 공동개발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은 이번 전시회에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방산 업체는 참가하지 않았으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10개 업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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