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마저 미지근…韓경제 내우외환

한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기대치를 밑도는 내수는 월드컵 경기에도 살아날 기미를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국의 주요 교역국은 성장률 둔화 우려에 흔들리고 있다.

원화 강세 등 대외변수까지 겹치면서 주력인 수출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내수 엔진마저 불붙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이후에도 월드컵 특수가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가전업계나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진 주변 편의점 정도만 매출 효과를 누릴 뿐 유통업계, 식음료 업계, 광고업계, 숙박업계 등 체감 업종에서 업황 호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김모(55·여)씨도, 양천구 목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5)씨도 매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하루 매출 거의 배로 뛸 만큼 호전됐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 여파에 밤낮까지 뒤집히면서 차분히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대형마트 역시 월드컵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월드컵 판촉 배너도 눈에 띄지 않았고 관련 마케팅도 따로 보이지 않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8일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서 선전하면서 홈쇼핑 매출이 다소 늘어나는 등 효과가 있었고 일부 유통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마케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정도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5%로 주요 예측기관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2분기 역시 큰 폭의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내 요인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변수 역시 예상치를 총족하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3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의 성장률이 줄줄이 하향조정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혹한과 한파를 이유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0%로 대폭 낮줬다. 선진국 성장률을 한꺼번에 0.8%포인트씩이나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2%로 0.3%포인트 낮춘 바 있다.

중국의 경우 1분기 성장률 역시 목표치인 7.5%를 하회하는 등 경착륙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올해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발표한 5.3%에서 4.8%로 0.5%포인트 낮췄다.

저물가에 큰 폭으로 기여했던 국제 유가도 이라크 내전으로 점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01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KDI 김준경 원장은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가 가계 부채를 비롯한 국내 불안 요인과 맞물리면서 급박하게 진행된다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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