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B조의 판도가 일찌감치 결정됐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면서 나란히 2연승을 질주한 네덜란드와 칠레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B조도 나름 '죽음의 조'로 불렸다. 스페인은 대회 개막 전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고 네덜란드는 전통의 강호다. 대회 개최지가 남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칠레는 사실상 홈팀이나 다름 없었다. 스페인전에서 드러난 관중의 열기가 이를 입증한다.
결국 스페인이 고배를 마셨다.
네덜란드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대회 B조 2차전에서 혈투 끝에 호주를 3-2로 제압하고 2연승을 달렸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는 브라질로 대거 입성한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칠레가 스페인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나란히 호주와 스페인을 연파하고 2연승을 달린 네덜란드와 칠레가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 1,2위를 확정짓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8골을 넣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경기를 운영하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역공을 펼치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간판 스타 아르연 로번은 2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어 득점왕 후보로 우뚝 섰고, 로빈 반 페르시는 2경기 연속 역전승의 발판이 된 동점골을 터뜨려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남미 특유의 공격 본능을 자랑하는 칠레 역시 호주, 스페인을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2회 연속이자 통산 세 번째 16강 진출(1998, 2010, 2014)에 성공했다.
반면, 2010 남아공월드컵 대회 우승팀이자 유로 2012 챔피언 스페인은 2경기에서 1득점, 7실점에 그치는 부진 속에 일찌감치 짐을 싸게됐다.
스페인은 "남아공 대회에서도 첫 경기에서 졌지만 결국 우승했다"는 자신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스페인은 끊임없이 짧은 패스를 주고받아 마치 탁구공이 오가는 소리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티키타카'로 불리는 전술의 대명사다. 볼 점유율을 끌어올려 중원을 지배하고 찬스를 엿보는 전술로 한때 세계 축구를 평정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전에서 알 수 있듯이 '티키타카'의 시대는 이번 대회에서 종말을 맞이했다. 네덜란드는 스리백을 세워 수비벽을 두텁게 하면서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가했다. 또한 걸출한 공격수들을 앞세워 빠른 역습을 단행해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호주는 2연패를 당하며 싱겁게 대회를 마쳤다. 호주의 간판 스타이자 세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은 팀 케이힐은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2경기에서 경고 한 장씩을 받아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스페인전에 뛸 수 없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