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원로들도 "문창극 사퇴하라"

경실련은 "시간 끌기, 국민 기만" 박 대통령 비판… 김복동 할머니 또 울분

친일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회 각계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학계 원로들도 "문 후보자는 역사관과 민족관, 국가관에 커다란 흠결이 있는 인물"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등 원로 사학자 16명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한국사 원로학자들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이들은 "문 후보자가 전통문화를 폄훼하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며, '하나님과 미국이 독립을 안겨줬다'는 '타율적 해방론'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 후보자가 남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수구 냉전적 사고를 할 뿐 아니라 반(反)인도적 범죄까지 묵인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에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 없다'는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부와 헌법재판소, 대법원 모두 일본군 위안부는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헌법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문 후보자는 헌법 가치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국무총리로 결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비롯해 역사 관련 주요 기관의 수장에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을 임명해 왔다"며 "문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된다면 후세 역사가들은 현 정부 2기 내각을 '친일·극우내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견에는 강만길 전 교수 외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 이만열 전 숙명여대 교수, 조광 전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여부를 해외 순방 후 결정한다'는 청와대 발표를 "시간 끌기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에 관해 주말인 오는 21일 귀국한 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긴급 성명을 통해 "앞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청구서는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까지 했던 박 대통령"이라며 "총리 임명동의안을 외국 방문 중이라 결재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계각층에서 문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르면서 문 후보자에 대한 국민 검증과 결정은 이미 끝났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통해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라"고 촉구했다.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도 문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날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던 김복동(88) 할머니는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 저녁에 잠도 안 온다"며 "대한민국을 새로 세우겠다고 장담한 대통령이 동네 반장도 되지 못할 사람을 총리로 앉힌다는 것은 우리를 희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할머니는 "대통령이 측근만 뽑으려고 하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문 후보자를 향해 "대통령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깨끗이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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