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레이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인도 사촌자매 성폭행·살해사건 등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인도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필레이 대표는 "인도의 불가촉천민 등 하층계급 여성들은 낮은 계급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이들 여성이 성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처벌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선 지난달 말 불가촉천민인 14, 15세 사촌자매가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마을의 상층계급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하고 나무에 매달려 숨졌다. 같은 주(州)의 또 다른 여성도 최근 경찰서에서 경찰관 4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필레이 대표는 "이러한 범죄 피해자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인도 사회와 정부 관리들은 이 같은 폭력과 차별이 더는 용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의 각 주 정부는 하층계급 여성 성폭행과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하층계급 여성에 대한 폭력은 뿌리가 매우 깊어 쉽게 근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도 필요하지만, 차별과 편견을 지닌 공동체 주민들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계급에 따른 차별은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지구촌 문제라면서 약 2억 6천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