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한국시각) 한국과 러시아의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열린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
지난 17일 열린 이란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처럼 극단적인 수비축구는 없었지만 양 팀은 상대 수비의 빈틈을 찾느라 좀처럼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상주)와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차례로 골 맛을 보며 1-1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사실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린 아레나 판타나우에는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비록 골은 터졌지만 답답한 경기 흐름에 4만1000여석 규모의 아레나 판타나우를 찾은 브라질 현지 축구팬은 경기 내내 야유를 쏟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원정 팬 규모가 워낙 적었던 탓에 아레나 판타나우의 관중석 대부분은 현지 축구팬의 차지였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수준 높은 브라질 축구에 익숙한 현지 팬들에게 한국과 러시아가 선보이는 축구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기 시작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 달군 브라질 현지 팬들은 공을 잡은 팀을 소리 높여 응원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사람들은 어느 한 팀을 응원하기보다 경기 흐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을 응원하다가도 곧바로 러시아를 연호했다. 한국과 러시아 어느 팀이라도 공격하는 팀을 응원했다. 열정적인 응원을 하다 실신해 의료진에 의해 실려나가는 현지 축구팬도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계속된 기 싸움의 영향으로 득점 없이 전반이 끝나자 브라질 팬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한국과 러시아 선수들에게 박수 대신 야유를 쏟았다. 후반이 시작되고도 양 팀의 공격이 지지부진하자 공격을 하라는 브라질 팬들의 거친 야유가 관중석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후반 23분 이근호의 중거리 슛으로 한국이 앞서가자 브라질 팬들은 일방적으로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6분 만에 러시아의 베테랑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동점 골을 넣자 경기장은 그제야 야유가 사라지고 환호가 가득했다.
뒤늦은 브라질 현지 팬들의 환호에도 양 팀은 추가 골을 넣지 못한 채 1-1 무승부로 승점 1점씩 나눠 가졌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이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알제리와 벨기에를 상대할 포르투 알레그레와 상파울루에서도 같은 상황은 또 다시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