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와의 가스분쟁이 악화한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고가 테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의 로흐비츠키 지역의 가스관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 서부 지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데 이용되는 '우렌고이-포마리-우슈고로드' 가스관의 우크라이나내 경유 구간이었다.
폭발은 마을에서 약 1km 떨어진 들판을 지나는 구간에서 일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상공 200m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 15분께야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폭발 사고로 이 가스관을 이용한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후 곧바로 예비용 가스관이 가동되면서 유럽으로의 가스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가스수송회사 '우크르트란스가스'는 전했다.
폴타바주 비상사태부는 가스관 봉합 부분 파손이 폭발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번 사고가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바코프는 불이 번지기 전 두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하면서 이는 고의적 폭발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고 이후 우크르트란스가스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가스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우렌고이-포마리-우슈고로드 가스관은 소련 시절인 지난 1983년 건설됐다. 가스관은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지역 가스전과 우크라이나 서부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전체 길이는 4천451km이며 우크라이나 구간 길이는 1천160km다. 연 32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고 있다.
전체 가스 수요의 30% 이상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은 가스 수입의 40% 정도를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가스공급가와 가스대금 체납 문제 등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