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가스 분쟁, 유럽 에너지 수급 비상

러시아 가스 역수출·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추진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으로 에너지 독립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의 불똥이 유럽으로 튀고 있다.

러시아는 EU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벌인 가스협상이 결렬되자 16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전체 가스 수요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EU도 간접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스 사정이 악화하면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를 빼내 쓰게 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도 잠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공급된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으로 올 겨울 EU 국가의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이후에도 EU 지역에 대한 가스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가스공급 중단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EU와 우크라이나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을 예상하고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국가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가스를 역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해왔다.

EU는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역수출하는 양을 연간 32억㎥에서 80억㎥으로 크게 늘리도록 했다. 또한 슬로바키아 이외에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으로부터도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U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중앙아시아로부터 가스를 직접 들여오기 위해 '카스피 가스수송관'(TCP) 부설 사업을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위해 EU는 미국과 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3월 EU 본부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EU 지도자들과 회담에서 EU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3월 초 브뤼셀에서 열린 EU-미국 에너지협력위원회 회의는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수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문제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인 셰일가스(암석에 갖혀 있는 천연가스)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등의 우려로 본격적인 개발이 지연돼왔으나 최근 EU 당국이 개발을 지원할 태세를 보여 본격적인 탐사와 추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26∼27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관리 기구 창설 방안을 포함,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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