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홈런왕이었다.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기록을 썼고, 이후 일본을 거쳐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복귀 후에도 타율 3할7리에 21홈런을 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 자존심을 구겼다. 타율 2할5푼3리에 홈런 13개가 전부였다. 타순도 중심타선이 아닌 6번까지 밀려났다.
그런 이승엽이 올해 다시 살아났다. 여전히 6번에 주로 섰지만, 56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도 3할이 넘었고 홈런도 10개나 쳤다. 힘이 떨어진 만큼 방망이 무게를 줄이면서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린 덕분이다.
그리고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와 원정 경기에서 '라이언킹'의 건재를 알렸다.
채태인을 대신해 5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선 이승엽은 5타수 3홈런을 기록하며 삼성의 12-5 승리를 맨앞에서 끌었다. 홈런 3개에 비해 타점은 4점으로 다소 적었지만, SK의 추격을 뿌리치는 값진 홈런들이었다.
이승엽은 0-4로 뒤진 2회초 채병용에게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시동을 걸었다. 3-4로 뒤진 4회초에도 또 한 번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5-4로 앞선 5회초 1사 1루에서는 전유수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렸다. 3연타석 홈런이었다.
3연타석 홈런은 통산 34번만 나왔다. 이승엽에게는 통산 세 번째 기록이다. 마지막 기록은 2003년 4월22일이니 정확히 4,074일 만에 터뜨린 3연타석 홈런이다.
삼성은 이승엽의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야마이코 나바로, 박석민이 홈런포를 날리면서 12점을 냈다. 선발 릭 밴덴헐크는 6이닝 4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삼성은 37승2무18패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