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 현안은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농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유기가공식품 동등성협정'은 유전자변형(GMO)농산물과 관련해 농민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힘겨운 협상이 될 전망이다.
◈ 상호 동등성협정...미국, EU 등 5개국과 진행
상호 동등성협정이란 두 나라가 동등한 수준의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을 경우 이를 서로 인정해 주는 국제협상이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등성협정을 체결할 경우 미국에서 인증 받은 유기가공식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동시에 인정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EU, 호주, 일본, 칠레 등과 동등성협정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쟁점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1월2일 우리나라에 동등성협정 체결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양국은 4월과 5월, 6월 세 차례 협의를 가졌다.
유럽연합(EU)은 5월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에서 사전협의를 가진데 이어 6월에 현장평가를 실시했다.
호주는 4월에 이미 1주일간 현장평가를 실시했고, 일본과 칠레의 경우는 양국의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와 관련된 서류를 검토 중이다.
◈ 상호 동등성 인정...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어떻하나?
상호 동등성협정의 가장 큰 쟁점이자 걸림돌은 유전자변형(GMO) 농산물과 동물약품 사용 여부다.
미국은 현재 유기가공식품에 GMO 농산물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유기가공식품으로 인증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이번 상호 동등성협정에서도 “유기가공식품 생산자가 GMO 농산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GMO 농산물을 유기농식품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측은 GMO가 조금이라도 섞인 가공식품은 ‘유기농’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반대로, 동물약품 사용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항생제 등 동물약품을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한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유기축산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국은 동물약품이 사용되는 순간 유기축산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 석연치 않은 협정...식탁이 불안하다
결국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3차 협상을 통해 GMO 농산물에 대한 우리의 인증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김대근 원장은 “미국측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7월 중으로 미국과의 상호 동등성협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수출하는 유기가공식품에는 GMO 농산물이 첨가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를 처음부터 수입 금지시킬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는 일단 수입된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에 대해선 자체 샘플검사 등을 통해 국내 법규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검수 과정에서 GMO 농산물이 검출되면 전량 폐기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수입되는 모든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GMO 농산물이 섞여 있는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이 그대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슘과 스트론튬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이 일본 검역을 통과해 국내에 수입, 유통됐던 사례가 있었기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장경호 부소장은 “미국의 수출업자와 국내 수입업자들을 위해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GMO 농산물을 풀어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완벽한 국내 안전기준과 검사 시스템을 만든 뒤에 협정을 맺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