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치사상,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등 기관사 손모씨의 변호인은 17일 오전 10시부터 광주지방법원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두번째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손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선장 등에게 지휘를 못받아 수난구호법이나 운항 규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못했지만 무죄라고 주장하지 않겠다"며 "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겠지만 참사에 대한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고혈압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는 사정을 참작해 양형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무리한 개조를 통해 복원성이 상실된 시한폭탄같은 세월호 운항중에 발생했다"며 "탐욕에 가득 차 무리한 개조와 과적으로 세월호를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결국 침몰하게 한 기업과 이를 방조한 책임자들에 대해 엄벌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진실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원들이 모두 엄중하게 처벌된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3등 기관사와 조기수 2명 등 다른 선원 3명의 변호인은 "배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공황상태에 빠져 승객 구조를 생각하지 못했고 설사 구조 의무를 다했더라도 승객 모두를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첫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부인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11명과 이날 3명 등 승무원 14명의 유무죄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1천 900여개 증거목록을 대상으로 피고인별로 증거채택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검찰은 또 이날 620여개 증거목록을 추가로 제출했다.
피고인들은 대체로 전반적인 수사기록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는 동의했으나 배의 침몰 원인이나 침몰 후 피고인들의 구조가능성 등에 대해 피고인 상호간의 진술 취지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다른 피고인에 대한 신문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침몰 후 구조가능성과 관련해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생존 승객과 승무원, 구조작업에 참여한 해경 직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승무원들과 함께 조타실에 있다 탈출한 필리핀 가수 부부와 세월호 원래 선장 신모씨, 세월호 설계 담당자와 고박업체 직원 등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마지막 공판준비 절차를 통해 기존에 제시된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확정한 뒤 같은날 오후 2시부터 증거조사 등 본격적인 공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판부는 이어 오는 30일 세월호의 쌍둥이배로 불리는 여객선 오하마나호에 대한 현장 검증도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재판은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주 법정인 201호 외에도 보조법정인 204호에서 실시간 영상과 음향이 전달됐다.
피해자 가족들은 2개 법정에서 지난 10일 첫 재판 때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재판을 방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