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은 17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후보에 대한 제 말씀을 드리는 게 정치를 오래 해 왔던 사람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문 후보자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친 뒤에 국민과 그리고 의회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최근 문 후보자 지명 이후 언행을 하나하나 보고 국민의 여론을 많이 경청한 결과, 지금은 문 후보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후보로 지명된 이후 언행과 해명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해야한다는 말씀"이라면서, 자진사퇴가 포함되는 것이냐는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말한 그대로만 보고 여러분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서 의원 캠프의 한 핵심의원은 "서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그동안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뒤 논란이 일자 "법에 정해진 대로 청문 절차를 거쳐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입장을 바꿔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은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에서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부적합 여론이 71%로 나온데다 시중의 여론도 문 후보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문 후보를 고집할 경우 7.30 재보궐 선거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의 한 측근인사는 "언론인 출신인 서 의원이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면서 "서 의원이 이런 언급을 했을 때는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 의원이 정부의 인사청문 요청서가 국회에 도착하기 전에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초선의원인 김상민 의원도 거듭 문창극 총리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자의 총리 인준은 일본과의 역사 전쟁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면서 "문 후보자가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되면 우리는 일본과의 역사전쟁에서 등을 보이면서 항복하는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문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종지부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당내 여론이나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말을 못할 뿐이지 표결로 가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후보자가 버티기를 하는 이유는 인사검증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위원장에 내정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국민인사 청문회는 끝났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식민사관 소유자가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된다고 하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문 후보자 지명을 강행한다면 일본의 고노담화 흔들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 후보자가 이와 관련해 사과한 것을 놓고도 "이 세상에 앉아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그건 오만방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