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DTI 완화 약발 없고 부작용만 우려돼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그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해 언급했다.

"민생경기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합니다. 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 LTV, DTI와 같은 자금차입 규제를 합리화해야 합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LTV, DTI 규제 '합리화' 대목은 들어있었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말을 부동산 규제 완화로 받아들였다.

이같은 전망에 빗나가지 않게 그는 부총리 내정발표 직후인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LTV, DTI규제 '완화'를 더욱 분명하게 밝혔다. '과거에는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까지 붙었던 한여름이었지만 지금은 한겨울이다. 그런데도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하지만 LTV, DTI규제 완화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을 듯하다. 경기부양이라는 효과보다는 가계부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인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저성장 국면"이라며 "저성장 국면에서는 거래가 늘어도 가격은 잘 오르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LTV와 DTI를 풀어준다고 해서 주택을 구입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주택거래가 부진한 것은 DTI 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젋은 층의 소득이 튼실하지 않고 주택 소유층인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는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과도 얽혀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또 "LTV와 DTI규제를 완화하면 주택가격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거래량이 늘어 연착륙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더욱 직설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 송인호 연구위원은 지난달 'LTV규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LTV가 50%에서 60%로 확대될 경우 주택가격은 0.7% 상승하는데 반해 GDP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효과보다는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이 결과는 주택공급 총량이 고정된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임을 감안할 때 수요증가에 따라 공급이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경제에서는 주택가격 상승폭이 축소되고 가계대출 증가폭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여기에 주택 소유자들의 비공식적인 '부채'인 전세 보증금을 포함시키면 우리나라의 실질적 LTV 규제 수준은 여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강한 것은 아니다.

송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전면적인 LTV규제 완화는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LTV, DTI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최 부총리 내정자의 '완화 시사' 발언에 대해 '발언배경과 취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큰 문제"라며 "LTV, DTI는 주택정책이기 보다는 은행의 건전성과 가계부채 차원의 금융정책 수단"이라고 밝혔다. 주택경기 활성화 보다는 가계부채 억제에 무게를 둔 발언인 셈이다.

금융위는 이달 발표할 예정인 금융규제개혁 내용에 LTV, DTI는 포함시키지 않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경제 수장이 '완화' 방침을 시사한만큼 금융당국도 어떤 형태로든 이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역별로 50~60%로 운용되는 LTV와 DTI(지방의 경우 0%)를 소폭 상향조정하고 주택구매자의 연령대별로도 차등을 두는 등 미세조정을 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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