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담당국장 "사전조율 없었다…아베 잔꾀"



- 93년 외교부 아주국장으로 일본 상대
- 역사문제 관련해선 '타협 불가' 소신
- 고노담화 재평가? 日 신뢰성 셀프 부정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병우 前 외무부 아주국장

일본이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게 이른바 고노담화죠. 그런데 아베 정부가 이 고노담화를 재검증하겠다면서 검증팀을 발족시켰다는 뉴스 얼마 전에 제가 전해 드렸습니다. 그 검증팀이 검증을 마쳤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빠르면 이번 주 중에 일본 국회에 제출한다는군요. 그런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993년 고노담화 작성 과정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관계자와 물밑 협상을 통해서 문안, 문구를 조정했다. 즉 고노담화는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는 게 아니라 한일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다 라는 식의 결과를 내놓는다는 겁니다. 이 뉴스를 듣고 이 분 생각은 어떨까 궁금해서 저희가 접촉을 해 봤습니다. 고노담화가 발표될 당시 외무부의 담당 국장이셨어요. 유병우 전 대사 연결을 해 보죠. 유 대사님, 안녕하세요?

◆ 유병우>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1993년에 고노담화라는 게 나오게 된 배경.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본정부가 이런 담화까지 발표하게 된 건가, 그것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 유병우> 사실은 위안부 문제라는 것이 쉽게 말해서 노태우 정권 말기부터 국내적으로 굉장히 사회 이슈로 부각이 됐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제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자,, 91년 말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실태를 조사해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물이 93년 8월에 발표된 고노담화죠.


◇ 김현정> 일본 사회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그 당시의 결과물이군요?

◆ 유병우> 바로 그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일본 정부의 자체적인 조사와 판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까? 아니면 우리 정부도 공동 조사, 어떤 공동 판단이 있었던 건가요?

◆ 유병우> 당시 공동 조사를 하기로 약속한 것은 없고요. 아무래도 피해당사자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일본이 조사한 방법은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에서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자료. 피해자 또 구 일본군 등등 당사자들의 증언. 이걸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위안소가 있었던 현지 조사도 했다고 하고요. 또 미국이 갖고 있는 전쟁기록이 많지 않습니까? 그것도 일본 대표단이 가져가서 전부 조사를 하고 왔죠. 그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 역시 이건 역사적 사실로 부정하기 어렵다는 그들의 판단이 있었고요. 고노담화라는 형태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 김에 반성과 새로운 결의를 표명한 담화죠.

◇ 김현정> 그때 유병우 대사께서 그 당시 국장이셨어요. 이런 자료들을 찾아서 도와주고, 중요한 사람들 연결해서 증언도 듣게 해 주시고. 이런 역할을 하신 거죠?

◆ 유병우> 예.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일본의 아베 정부가 당시 어떻게 고노담화가 나오게 됐는가 재검증을 해 보니까,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합의에 의한 거였다 라고 결론을 내렸답니다. 그렇게 얘기가 들려옵니다. 듣고는 어떠셨어요?

◆ 유병우> (웃음) 역시 아베다운 잔꾀로구나 하는 기분이 첫 번째였고요. 왜냐하면 아베 정권 탄생 이래 고노담화를 어떻게 해서든 부정을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한 건 알고 있는데요. 따라서 뭔가 과정상에 하자가 있었으니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평가절하를 함으로써 일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좀 끌어낼까 하는 그런 뜻에서는 잔꾀로 볼 수밖에 없죠.

고노 요헤이 전일본 관방장관 (자료사진)

◇ 김현정> 그런데 대사님, 지금 들려오는 얘기를 보면요. 고노담화 문구 중에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위안부 모집을 했다’란 문구가 있는데요. 애초 일본 측이 한국 측에 제시한 초안에는 ‘군의 의향을 받은 업자가 위안부 모집을 했다’ 이렇게 명기가 돼 있었지만 한국 측이 '의향' 아니다.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를 하자, 일본 측이 지시라는 증거가 없다면서 난색을 표명을 해서 결국은 협상 끝에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란 표현으로 양국이 타협을 했다. 이렇게 지금 보고서에 써 있다고 그래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유병우> 전 개인적으로 유관기간 관계 일을 꽤 오래한 사람이긴 합니다만, 국가 간에 여러 가지 교섭을 해야 될 사항은 많지만 역사와 관련된 사항, 역사 인식의 문제, 역사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을 섣부른 타협으로 교섭을 하거나 조정을 하려 들면 뜻하지 않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때로는 아주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저는 굉장히 많이 보고 자라온 사람이에요.

◇ 김현정> 역사에 대한 부분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유병우> 그렇습니다. 섣부른 타협은 오히려 아주 초라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제 경험이었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걸 경험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유병우> 예를 들어서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을 갔을 때, 불가피하게 한일 과거에 대해서 언급을 해야 되는데요. 표현을 뭐로 했으면 좋겠냐,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어떤 겁니까? 과거 한때 양국 간에 불행한 관계가 있었노라 하는 매우 한가한 말씀이거나 또는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 이건 오히려 자연스럽게 내버려둔 것만도 못한 교섭의 결과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게 아주 싫었어요. 따라서 제가 국장이 되고부터 그런 식의 절충, 문안을 놓고 양측이 교섭을 했다. 그건 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밖에는 말씀드릴 수 없고요.

◇ 김현정> 그렇다면 고노담화의 재검증 결과가 완전히 공개가 될 텐데요. 우리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지금의 이런 내용들이 사실이라면요?

◆ 유병우> 결국은 일본 스스로가 앞선 정부의 평가절하를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데, 이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죠. 한일관계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서 일본의 신뢰성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담화를 취소를 할 만한 용기가 있다면 가상하다고 하겠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얕은꾀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일차적인 기분이고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 당시에 담당을 하셨던, 실무적인 총지휘자로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교섭을 하셨던 건지 오늘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었는데요. 명쾌하게 확인이 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을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유병우>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노담화 당시의 실무국장이었던 유병우 전 터키대사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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