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근혜노믹스 vs 꾸준한 '리커-아베'노믹스

"경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바탕으로 경제정책 펼쳐야"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한국과 중국, 일본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며, 경제정책도 엇비슷한 시기에 내놨다. 때문에 이른바 '근혜노믹스'와 '리커노믹스',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각국의 경제 정책이 자연스레 비교 평가된다.

1년 반 가량 지난 상황에서 3국의 경제정책의 모습과 그 성과는 어떠한지 비교해봤다. 결론은 나라마다 정책은 각기 다르지만 일본과 중국은 그동안 시장에 일관된 정책기조를 보여왔다는 있다는 점, 그리고 어느정도 의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달랐다.

◈ 중국과 일본, "가는 길은 달라도 일관성은 있다"

올해 나라 빚이 1경3백조원이 넘는 일본의 경제정책은 '아베노믹스'로 불린다.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며 무제한 돈을 찍어내고, 재정지출까지 늘리는 극약처방이다.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도박에 가까운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난 1분기 성장률(1.6%)이 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일단 약발이 받는 모습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연구원 일본팀장은 "1분기에 성장률이 급상승한 것은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가 몰려 소비가 크게 늘었고, 기업들도 투자시기를 앞당긴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소비세 인상 이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일본의 기업과 가계가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지면서 일단 일본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건너편 중국은 리커창 총리가 당분간은 양적 성장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성장률이 좀 떨어져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제구조부터 질적으로 바꿔놓겠다는 이른바 '리커노믹스'다.

중국의 성장률은 계속 하락 중이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7.4%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마지노선인 7%를 웃돌았고, 예상치보다도 0.1%p 더 높았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확실히 성장률이 하락세이기는 하다"면서도 "아직 경착륙을 논할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카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곧바로 개입하지 않고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은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지난해부터 1년 6개월 동안 일관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장과 경제주체에 변함없는 정책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 경제민주화→창조경제→경제혁신3년계획

반면 우리 경제정책은 일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경제민주화를 주요 기치로 내걸었지만, 당선된 뒤에는 창조경제 쪽으로 더 강조점이 기울었다. 그러다가 올해는 다시 474 비전(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4만불 국민소득)으로 요약되는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공공기관 개혁과 규제완화을 우선 과제로 내놨다.

세제개편이나 부동산 대책 등 세부 정책도 발표한지 며칠 안 돼 또 다시 수정안이 발표되는 등 혼선이 잦았다. 지난해 세제개편안은 불과 발표 5일만에 원점재검토에 들어갔다. 주택 임대차시장 정상화 방안은 지난 2월에 발표됐다가 보완대책이 한 주 뒤에 다시 나왔고, 다시 석달만에 또 보완대책이 추가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정책을 내놓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질타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현재 가계부채 등의 문제는 과거 경제정책의 결과로 나타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과거의 경제정책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에 대한 솔직한 진단을 통해 방향성을 제시할 책임은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삼 실장도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이 문제의 인식과 이를 공유하는 측면에서는 한 발 뒤쳐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책이 나올때 마다 번번이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은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내정하며, 경제팀 교체에 들어갔다. 새 경제팀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경제팀이 내놓을 정책방향은 우리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진단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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