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이 되살린 군국주의 일본 기독교 망령

100여 년 전 일본 기독교 "조선은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에게 주신 것"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이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인식은 일제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했던 100여 년 전 일본 기독교계 억지 논리와 판박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문창극 후보자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가 하나님 뜻'이라는 주장은 이미 한 세기 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으로서는 그때 주장이 오늘날 문창극 후보자의 주장과 다름없이 괴상하긴 할지언정 문 후보자 주장보다 더 충격적이지는 않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외출을 위해 차량에 올라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기자

한 세기 전 그런 주장을 한 주체가 우리 민족이 아니라 군국주의 일본 측이었기 때문이다.

韓国は遂に帝国の版図に併合せられたり。(中略)我が国の朝鮮に於ける関係は、其の由つて来るところ深く且つ久し。実に神が此の国民の「祖先等に与へん」と誓はれしものなりと感ぜずんば有らず。(中略)「……韓国が禍乱の淵源たるに顧み」て韓国を其の保護の下に置きしが、此の目的を貫徹せんが為めに、更に進んで今回の併合を決行するに至れり。唯帝国自己の存在を安全にし、禍乱を根絶し東洋の平和を維持するに必要なるがためのみならず、日本は彼の半島を開発し、其の人民を誘掖し、東洋の進歩に貢献し、広く人道を世界に興起せしむべき天職を帯び、此の大任を負担するに最もよく適当せる、即ち既に神より「先祖等に」朝鮮国を「与へられ」たるものなるが故に、之を併有するの権利有るなり。(中略)日本は韓国の併有に於て、自己の親権を行へるものと解釈せらるるを最も至当なりと信ず。(中略)日本は今回の膨張に由りて、……大帝国となりぬ。(「大日本の朝鮮」、『福音新報』792号、1910年9月1日)。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 직후인 1910년 9월 1일 당시 일본의 대표적 기독교계 신문인 <복음신보>에 실린 논설이다.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드디어 제국의 판도에 병합되었다. 환란의 근원인 한국을 보호 하에 두었으나, 이제 나아가 병합을 단행하였다. 이는 화근이 될 소지를 근절하여 동양평화를 유지할 뿐 아니라 일본과 반도를 개발하고 인민을 지도하여 동양의 진보에 공헌하는 일이다. 널리 인도적 정신을 진흥케 하는 일본의 천직이며, 대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에게 조선이 주어진 것이므로, 이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신명기 31장). 하나님께서 우리의 조상에게 주리라 약속하신 것으로 알아야 한다. 한국의 영유는 일본의 친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병합으로 일본은 대제국이 되었다.

일본이 한국의 국권을 침탈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병합신의론(倂合神意論)'이다.

이처럼 일본 기독교가 황당한 주장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본 기독교사 전문가인 일본 메이지가쿠인 대학교 서정민 객원교수 설명을 들어보자.

1910년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 침략을 단행할 때 일본국가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백안시(白眼視)당하던 일본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일본의 한국 침략 정당성의 명분(名分)을 찾아 강력히 주장해 줌으로써 조금이라도 국가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한 작태(作態)를 보였다. 그것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도무지 만들어 낼 수 없는 '레토릭(rhetoric)'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작용했다. 마침내 찾은 것이 한국 병합이 곧 '신의(神意)'이고, 한국 땅은 '하나님이 일본에 태초부터 예비한 <약속의 땅>이라는 논리'였다.(서정민 교수 블로그 - '일본의 한국침략은 하나님의 뜻?', 거 참,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history12&logNo=220029068785&redirect=Dlog)

서정민 교수는 15일 CBS와 통화에서 "사실 병합신의론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기대도 하지 않았던 대단히 좋은 명분이었다"고 말했다.

'병합신의론이 일본 제국주의자들로 하여금 한국 식민 지배를 더욱더 공고히 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국주의 일본 기독교의 억지 주장과 논리는 후대 일본 기독교에 의해 부정되고 극복된다.

서정민 교수는 "일본 기독교계는 1967년 '일본 그리스도교의 역사적인 책임 고백'을 통해 과거 교회의 이 같은 잘못을 통절하게 고백하고 참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 장로이자 21세기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는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이라는 망언으로 오히려 100여 년 전 군국주의 일본 기독교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서 교수는 "문 후보자 발언은 현재의 일본 기독교인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아주 잘못된 신앙관이고, 잘못된 역사관"이라고 지적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과연 대한민국 총리로서 적격인지, 회의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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