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부군ㆍ분리세력 공방 격화…외무장관 '막말'

정부군 수송기 격추…분리세력, 정부군 공격에 3명 사망 주장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정부군 수송기가 친(親)러시아계 분리주의 민병대에 격추되고 정부군은 민병대에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공방이 거세지며 우크라 동부 사태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한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푸틴은 머저리(Putin is a prick)"라고 말한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한 방송사 카메라에 녹화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전날 데쉬차 장관이 키예프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몰려든 군중을 향해 이렇게 외치며 군중의 환호를 받는 장면을 담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하원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포로셴코 대통령은 외무장관을 해임하라"며 "그는 자제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데쉬차 장관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은 현장에서 군중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표현하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도치 않은 발언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에서는 정부군 수송기 일류신(IL)-76이 분리주의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격추돼 수송기에 탄 49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 탓에 우크라이나 주민 수백 명은 이날 오후 수도 키예프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으로 몰려가 러시아에 친러 분리주의 세력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흥분한 주민들은 대사관 건물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트렸고, 직원의 차를 뒤집고 불을 내려 했으며 러시아 국기를 찢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데쉬차 장관이 성난 군중을 진정시키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막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송기 격추사건과 관련 "이번 테러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며 분리세력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포로셴코는 또 사망한 정부군 수송기 탑승자들을 기리고자 1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키예프 경찰이 주민들의 자국 대사관 앞에서의 난동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심각한 국제의무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우크라 분리세력 또한 정부군 수송기 격추 당시 동부 도네츠크에서 밤새 이어진 정부군의 포격으로 주민 3명이 숨지고 주택 27채가 파괴됐다며 오히려 정부군이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고 주장해 현지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러시아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탱크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나토는 사진 속 탱크들에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표식이나 위장색이 없다"며 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러시아 역할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역시 러시아가 친러 분리주의자들에게 탱크와 다연장포 등 중화기와 군사장비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 격추 사건으로 대러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재조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티머시 애시 스탠더드뱅크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위기 완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에 (대러) 제재에 다시 관심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이날 키예프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의 대러 가스대금 청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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