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ISIL에 반격…美항모 걸프해역으로 이동(종합)

이란 "미국과 협력도 가능"…'2천명 파병' 보도도

이라크 정부군이 15일(현지시간)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ISIL은 지난 10일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하고 파죽지세로 바그다드를 향해 남진했으나 정부군이 진열을 재정비하고 시아파 민병대가 정부군에 합류함에 따라 바그다드 북쪽 100∼110㎞에서 전선을 형성, 대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라크에 2천 명을 파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미국이 항공모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 해역으로 이동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이라크 사태가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라크 군 반격…오인 공격으로 쿠르드군 6명 사망

이라크군 지휘관들은 정부군이 반격에 나서 무장세력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바그다드 북부의 2개 마을을 다시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라크군 대변인 카심 알무사위 소장은 전날 "군은 지난 사흘간 전열을 가다듬고 시아파 민병대의 도움을 받아 반격에 나섰다"면서 "이샤키 마을과 둘루이야 마을에서 ISIL을 격퇴했다"고 말했다.

살라헤딘주의 이샤키 마을은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졌으며 둘루이야 마을은 바그다드 북쪽 80㎞에 위치했다.

정부군은 현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사마라 지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샤키 마을에서 경찰관 12명의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되는 등 ISIL은 장악한 지역에서 군경을 처형하기도 한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전했다.

실제 ISIL은 이라크 북부에서 정부군을 처형하는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려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알무사위 소장은 붙잡힌 군 장병을 단체로 처형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사진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바그다드에서 동북쪽으로 150㎞ 떨어진 카나킨 인근에서는 전날부터 ISIL을 겨냥한 이라크군의 공습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의 오인 공격으로 쿠르드 군 장병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ISIL은 카나킨의 일부를 장악했으며 나머지는 쿠르드자치정부(KRG) 군 조직인 페쉬메르가의 통제하에 있다.

또 쿠르드 군은 이라크-시리아 국경 검문소 두 곳 가운데 하나인 라비아 마을을 접수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페쉬메르가 장병 2명이 ISIL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쿠르드 군은 ISIL의 준동과 이라크 정부군의 철수를 계기로 키르쿠크를 비롯해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다투던 지역을 일부 장악하는 한편 이라크 정부군의 반격에도 동참하고 있다.

한편 이날 바그다드 중심부에서는 연쇄 폭탄 테러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이 전했다.

◇미국 항모 걸프 해역으로…"이란, 이라크에 2천명 파병"

미국도 이라크 내 군사작전에 대비해 항공모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 해역으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척 헤이글 장관이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 지상군 파병을 제외한 모든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라크 정부군을 도우려고 병력 2천 명을 파병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라크 사태의 국제전 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4일 이라크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 48시간 동안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 '바시즈'(basiji) 병력 1천500명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으로 진입했으며 다른 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Quds)사령관인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도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가 있다.

이란의 이같은 병력 증강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전날 대선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정부가 요청한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을 뒷받침한다.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오랜 적대국인 "미국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드스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L과 교전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쿠드스 소속 대원 약 150명이 이라크에 파견됐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란 외무부의 마르지 아프캄 대변인은 이날 "외국군의 이라크 개입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반관영 뉴스통신 ISNA가 보도했다.

한편 라크다르 브라히미 전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특사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내전을 방치해 이라크 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에서와 같은) 분쟁이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는 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ISIL는 시리아에서도 반군의 일원으로 내전에 참여하고 있다.

브라히미 전 특사는 지난 2년간 시리아 정부와 반군을 중재하다 평화회담 교착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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