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묘수?…'수염 기른' 해수부 장관은 유임

58일간 팽목항 지킨 이주영 해수부장관…책임장관의 전형

지난 5월 4일 오후 전남 진도군을 재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윤성호 기자)
13일 단행된 개각에서 의외의 인물은 단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당연히 물갈이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유임됐다.

이들 두고 호불호의 찬반 논란이 예상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보여준 이주영 장관의 모습을 반추한다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 이주영 장관…58일간 야전 침대에서 현장 지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58일이 지났다(13일 기준). 이 기간 동안 희생자 유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큰 시련의 나날을 보낸 사람은 아마도 이주영 해수부 장관일 것이다.

사고 당일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서 58일 동안 현장을 지켰다. 단 하루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낮에는 유가족과 사고대책본부를 오가며 수습활동을 진두지휘하고, 밤에는 진도군청 사무실 한켠에 놓인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버텨왔다.

참사 초기에는 유가족들로부터 욕설과 비판, 심지어 목덜미까지 잡히며 몸 여러 군데에 생채기가 나기도 했다.


이 당시만 해도 이주영 장관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4선 국회의원 출신의 65세 노(老)장관은 수염도 깎지 않은 채 현장을 지키며 유가족과 함께했다.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이주영 장관이 유가족들을 지켜보면서 함께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며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기 위해 정말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실장은 또, "이제는 유가족들이 이주영 장관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볼 정도로 이심전심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주영 식(式) 개혁…긴장하는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이주영 장관 유임 소식에 크게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른바 이주영 방식의 조직개혁이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 지 감조차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58일 동안 현장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며, 해수부 조직과 해양 구조 구난업무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했을 이 장관이 초고강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 의사를 여러차례 밝힌 이주영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주문과 함께, 해수부에 대한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고위직 간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이 장관을 보면서 장관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며 "이 장관이 주도하는 해수부 개혁에 대해 누구하나 반대하거나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현장을 끝까지 지킨 책임장관의 역할과 권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주영 장관이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처인 해수부장관으로서 단순히 책임지고 물러나는 장관이 아니라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책임장관으로 기억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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