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 남진 지속…쿠르드, 키르쿠크 장악

미국, 다양한 지원 방안 검토…러시아 "美침공 실패 증거"

이라크 서북부를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12일(현지시간) 남쪽의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을 지속했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이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격했으며 인근 무아타삼 지역도 장악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ISIL 대변인은 "우리는 바그다드까지 진격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면서 시아파 성지인 남부의 카르발라와 나자프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날 소집된 이라크 의회에는 전체 325명 의원 가운데 128명이 참석하는 데 그쳐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요청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동의가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동의를 하려면 전체 재적 의원 가운데 ⅔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군 조직인 페쉬메르가는 이날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놓고 다투던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했다.


ISIL이 키르쿠크 주의 남부에서 정부군과 일부 교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주도 키르쿠크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군은 키르쿠크에서 철수했고 ISIL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KRG의 페쉬메르가가 키르쿠크를 장악했다고 나즘 알딘 키르쿠크 주지사가 밝혔다.

키르쿠크 지역은 석유가 풍부해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특히 쿠르드인과 아랍인, 투르크멘인 등 민족 간 대립 격화 가능성이 커 이라크의 '새로운 화약고'로도 불린다.

한편 비상사태 선포마저 무산되자 알말리키 총리는 시아파 민병대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시아파 성직자인 알사드르가 3천 명 규모의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 바그다드 북부로 보냈다고 이라크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국도 ISIL의 공격이 중동 전체의 안전을 해치는 위협 요소라고 경고하며 무인기 공격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이 직접적인 공습보다는 이라크 자체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지원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TV 생중계 연설에서 "급진 테러 단체가 이라크에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란은 이 같은 폭력과 테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번 이라크 사태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완전한 실패라는 분명한 증거"라고 경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이라크 지도부와 국민의 편"이라면서도 "서방이 개입한다면 많은 의문의 여지를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나토군의 이라크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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