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연립 파트너로,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문제의 열쇠를 쥔 공명당이 당의 미래를 좌우할지 모르는 중대 결단을 앞두고 있다.
개헌 대신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집단 자위권과 관련한 헌법해석을 변경한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런 만큼 만장일치제를 원칙으로 하는 일본 각의 제도상 각료(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를 둔 공명당만 동의하면 패전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온 일본 안보정책의 일대 전환이 이뤄질 상황인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오는 22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안에 집단 자위권과 관련한 헌법해석 변경을 위한 각의 결정을 마친다는 목표 아래 신속한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사회의 관심은 '공명당이 버틸 것인가'에서 점점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집단 자위권 용인이 '평화주의'을 표방해온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 까닭에 간판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등이 신중론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연립 이탈을 불사한다'는 목소리는 당내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공명당은 집단 자위권 행사의 용인 범위와 각의 결정 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12일 공명당이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집단 자위권 행사를 일부 허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베 총리가 사례를 열거하며 제시한 범위에 비해 제한적인 행사 용인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NHK도 행사할 수 있는 사례를 한정한다는 전제하에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안을 수용하는 방안이 공명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공명당이 연립 정권의 균열을 피하려고 양보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으며 12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해석 변경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내부 조율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합의하되, 각의 결정의 시기는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보도대로라면 공명당이 체면을 지키며 타협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모양새다.
공명당의 최종선택은 야마구치 대표와 아베 총리의 담판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두 사람이 오는 20일 회담을 하는 방안이 정부 안에서 부상했다고 전했다.
동맹국 등 외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한 중대 과업으로 삼는 현안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했지만 아베 총리는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집단자위권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헌법학자와 작가 등의 주축이 된 시민단체인 '전쟁을 하지 않는 1천명 위원회'는 도쿄도(東京都)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약 3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는 "아베 신조 총리는 전쟁을 추진하는 '전쟁 전 체제'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사, 방송국, 출판사, 영화제작사, 광고업체, IT업계 등의 노조로 구성된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는 "헌법의 핵심인 입헌주의와 평화주의를 짓밟는 행위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헌법해석을 변경해 집단자위권을 허용하는 구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