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 때 日총리 "죽을 각오하라" 운영사에 호통

"현장(후쿠시마 제1원전) 철수는 절대 안된다. 일본의 동쪽 절반을 핵폐기물로 만들 수는 없다."


"사장 이하 60세 이상 책임자급들은 여기서 죽을 각오를 하라."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11일)으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냉각시스템이 정지된 뒤 원자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 물질 농도가 최대치를 찍었던 2011년 3월15일 오전 6∼7시께,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본사로 달려간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가 도쿄전력 간부들을 다그치며 했다는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의 도쿄전력 직원들이 철수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한 총리의 분노에 찬 경고였다.

이처럼 일본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던 당시 순간을 기록한 전직 정부 당국자의 노트를 입수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당시 내각관방 심의관(홍보담당)이었던 시모무라 겐이치(下村健一)씨가 총리관저와 도쿄전력 간의 긴박한 의사소통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것이다.

일명 '시모무라 노트'에는 도쿄전력의 사고 수습 태세에 대한 당시 정부의 절망감도 기록돼 있다.

시모무라 씨는 당시 도쿄전력으로부터 좀처럼 후쿠시마 원전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아 마치 해외와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도쿄전력 본사를 가보니 현장과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가동해가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도쿄전력은 정부로의 상황 보고를 누락했던 것이다.

시모무라씨는 또 가쓰마타 쓰네히사 당시 회장 등 도쿄의 본사에 있던 도쿄전력 수뇌부에게서 마치 '남의 일' 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니시카와 데쓰야(西川徹矢) 당시 관방 부(副)장관보는 도쿄전력 본사에 있던 회사 관계자들에게 "'나는 여기에 있으니 괜찮다'고 절대 생각하지 말라"며 호통을 친 것으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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