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깊숙이 잠들었던 신들이 차례로 깨어나듯 어둠의 베일이 하나씩 걷히며 검은 실루엣을 드러낸다. 달빛 아래 오색 빛깔로 물든 돌조각 사이를 걷다 보면 여기가 이승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국명보다 앙코르와트를 품고 있는 나라로 더욱 유명한 캄보디아. 캄보디아 여행길은 앙코르와트로 시작해 앙코르와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앙코르와트라고 부르는 유적은 거대한 앙코르 유적지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원일 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단연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유적 가운데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유적 중 하나로 웅장한 규모와 완벽한 균형미, 섬세함으로 특히 유명하다.
길이 5.4㎞ 성벽과 폭 190m의 해자로 둘러싸인 사원 내부로 들어가면 본전 높이가 65m나 되는 중앙사당을 중심으로 5개의 원뿔형 탑이 펼쳐진다.
전생·현생·내생을 뜻하는 3층 대칭 구조의 사원은 배치 구조도 독특하지만, 사원 회랑의 벽면 부조와 그 부조 하나하나에 전하는 이야기가 신비롭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은 라마야나, 힌두교를 대표하는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 등 천국과 지옥의 줄거리가 정교하게 새겨진 부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여러 편의 고전 동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또한 앙코르와트는 일출과 일몰의 장소로도 훌륭하다. 일출은 북쪽 연못 앞에서 볼 때가 가장 환상적이며, 일몰은 3층에서 해자 쪽을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숲 사이로 붉은 황혼이 깔리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조명이 비춰진 회랑의 벽화는 금세라도 살아 움직일 듯 더욱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고, 사원을 에워싼 원시림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어우러져 중세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앙코르와트 야간 투어를 하려면 주간 입장권과 별도로 다시 티켓을 구입해야 하며 19시부터 22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