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장악 지역을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전투로 지친 병사들이 탈영하는 등 조직이 무너지고 무력해진 이라크군이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군인들을 무기를 버리고 탈영하면서 이라크 전역의 전선 부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에서 일하는 안보 분석가는 모술이 장악당하기 전 탈영과 사망, 부상으로 하루에 300명씩 병력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안바르 주도 라마디에서 근무하다 탈영한 모하메드(24)도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몇 달 전부터 병사들이 탈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트럭이 박격포에 맞았을 때 친구 8명이 죽었고 나도 거의 죽을 뻔 했다"며 "나는 지쳤다. 모든 사람이 지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탈영한 병사들을 행방불명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위기 상황을 축소하고 있다.
고향에 갔다가 부대로 돌아오는 길이 위험해 병사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등의 변명을 하던 정부군은 지난 10일 모술에서 패배한 뒤에야 탈영을 금지하는 법을 발동하면서 사형을 포함한 강경한 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은 정부의 이런 대응의 효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탈영병들은 인터뷰에서 전쟁의 흉포함이 탈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부비트랩이 설치된 집을 수색하고 폭탄으로 가득한 도로로 이동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저격병들이라고 말했다.
25살의 한 탈영병은 "어머니가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휴가로 집에 갈 때마다 군복을 태워버렸다"며 "두 달 전에는 내가 부대로 돌아가면 자살하겠다며 말뚝을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본훈련만 마치고 팔루자로 보내진 그는 "우리는 많은 병력을 잃었고 나도 친구 3~4명을 잃었다"며 "전투는 너무 격렬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11일 바그다드의 무기력한 이라크군의 모습을 전했다.
검문소를 지키는 군인들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일부는 차량에 빨리 지나가라는 몸짓을 하면서 휴대전화로 잡담을 했다.
아부다비에 있는 델마 연구소의 아흐메드 알아타르는 "이라크의 가장 큰 도시들을 지키기 위해 군부대가 선택하고 훈련하고 협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리더십이 없다"며 "하나의 조직으로서 이라크군은 이라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빈약한 민병대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