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슬람 무장단체의 세력은 올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력해졌다.
이라크에선 제2의 도시 모술을 함락된 데 이어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최대도시 카라치의 국제공항이 테러로 얼룩졌다.
시리아 행정·경제수도 라카 역시 넘어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선 탈레반 간부 5명이 미군 포로 1명을 돌려주는 대가로 석방되는 '승리'를 거뒀다.
이런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의 동시다발적 부상은 중동 각국과 국제사회의 전략 실패가 그 배경이라고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라크는 10여 년 전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됐지만, 이후 등장한 정권들은 전 국토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고 치안 불안이 이어졌다.
여기에 시아파 정부에 불만을 품은 일부 수니파가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지원하면서 ISIL은 이라크 18개주 중 3개를 차지한 상태다.
FT는 "ISIL의 모술 점령은 단순히 이라크 역사의 또 다른 유감스러운 챕터가 아니다"라며 "이는 현재의 이라크의 비극을 압축·요약한 것"이라고 했다.
무장단체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공격을 받는 파키스탄도 북부 아프간 인접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무장단체로부터 빼앗아오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자국 이슬람 신도를 의식한 정부가 무장단체에 적극 대응하지도 않으면서, 협상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 애매한 전략을 취해 TTP 득세에 빌미를 줬다.
미국은 역시 이들 국가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라크 주둔군이 후세인 축출 직후 치안확보에 실패하는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불씨를 끄지 못했다.
살만 샤이크 브루킹스 도하 센터장은 AP통신에 "국제사회가 이들 국가의 정치·정부 시스템 확립을 돕지 못했다"며 국제사회의 무능을 지적했다.
일각에선 2010년 '아랍의 봄'(민주화 바람)이 무장단체를 억누르던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의 독재자를 축출하며 무장단체 득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봉기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정국 혼돈을 틈타 각종 화기를 빼돌렸고, 이것이 다른 무장단체의 전력 강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편에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 비이슬람계 '국민군' 지도자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대응 세력 역시 힘을 얻고 있다.
경찰 노릇을 자임했던 미군은 이라크에서 2년전 빠졌고, 아프가니스탄에선 올해 말 철수한다. 이에 중동의 세력지형도는 더 복잡해질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