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천주교 등에 따르면 교황 방한을 위한 교황청 실사단이 지난 9일 입국해 2박3일간 실사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이번 실사는 지난 2월에 이은 2차 조사다. 이로써 방한을 위한 조사 작업은 모두 끝났다.
교황청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 정부 및 한국천주교 방한준비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교황 방한에 관한 세부 일정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또 경호 준비 상황을 중점 점검한 끝에 서울 광화문 시복식을 비롯한 주요 행사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교황은 8월 14일 입국한 뒤 이튿날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이날 오후에는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아 제6회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만나 두 시간가량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16일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윤지충과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집전한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일대 20만8천598㎡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는 천주교 신자 20만 명을 비롯해 50만∼10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복식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되며, 광화문 삼거리에서 태평로까지 교황의 퍼레이드도 열린다.
정부와 경찰은 경호상 어려움이 제기돼 온 도심 시복식에 대비해 광화문 일대 고층 건물의 상주인원을 파악하는 등 안전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도 방문해 3시간가량 머물면서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과 전국에서 모인 수도자들을 만난다.
17일에는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천주교는 북한의 천주교 관계자들이 한반도 평화 미사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조선천주교협의회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교황은 특히 방한 기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미사에 초청해 위로할 예정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교황청이 세월호 참사가 한국에서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황께서는 미사 초청 등을 통해 희생자 가족을 위로할 것"이라며 "여건에 따라 희생자 가족을 따로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한반도 분단 현실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것도 검토 중이지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최근 중동 방문에서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포위를 위해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 앞에 멈춰 서 벽에 이마를 대고 기도를 올린 바 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교황은 또 방한 중 발표할 메시지에 한국사회의 갈등 및 양극화 극복, 사회통합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을 예정이다.
교황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방한 계획을 조만간 공식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