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제복 입은 철거용역…명백한 불법"(종합)

밀양 농성장 5곳 모두 철거주민들 "싸움 안 끝났다"

밀양 송전탑 농성장 강제철거에 나선 경찰과 밀양시가 11일 하루 만에 농성장 5곳을 모두 철거했다.

경찰과 밀양시는 6시 10분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 움막을 시작으로 129번과 127번 등 행정대집행 3시간 만에 농성장 3곳을 철거했다.

그리고 오후 들어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과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송전탑 부지의 반대 농성장도 강제철거에 나섰다.

두 곳의 농성장에서도 주민들과 연대단체 회원, 수녀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20~30여 분만에 철거가 마무리했고, 오후 5시쯤 농성장 철거가 완료됐다.

이번 대집행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속전속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 '속전속결' 군사작전식 행정대집행…주민 제대로 저항 못해

밀양시 공무원이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통보를 하고 행정대집행이 시작되면, 경찰은 움막 안의 시너와 분뇨 등 위험물을 빼앗는 한편, 저항하는 주민들을 차례로 끌고 갔다.

주민들이 제압당하고 나면, 곧바로 공무원들이 농성장을 철거하고, 한전 직원들은 펜스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주민들은 분뇨를 뿌리거나, 쇠사슬을 걸고 알몸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사실상 주민들은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경찰의 완력 앞에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주민들 다수가 경찰에 맞서려다 부상을 입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집계로만, 주민 6명과 수녀 7명, 시민단체 회원 1명이 다치거나, 실신해 병원에 후송됐다.

특히 짚고 있는 지팡이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넘어진 박모(74) 씨는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오히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여경의 머리채를 잡았고 물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당했다.

경찰도 5명이 부상을 입었다.

◈ 한전 곧바로 공사 착수…69개 전체 구간 공사 진행


농성장이 철거돼 공사현장이 확보되면서 한전은 곧바로 공사에 착수했다.

한전이 그동안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던 나머지 5곳에 대한 공사를 개시하면서 지난해 10월 송전탑 공사재개 이후 8개월 만에 69개 전체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되게 됐다.

한전은 밀양지역 69기의 송전탑 중 47기를 완공했고, 22기에서 철탑 조립과 기초작업을 진행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행정대집행 미착공 구간에도 공사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며 "올해안에 전체 구간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대책위는 이번 행정대집행에 대해 "불법과 폭력이 난무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 이번 행정대집행은 명백한 불법…"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책위는 "권한이 없는 경찰이 움막을 찢고 뼈대를 들어내는 등 사실상 농성장 철거에 나섰다"며 "경찰이 사실상 제복을 입은 철거용역반원과 똑같은 짓을 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 불법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불법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자문단과 함께 법적인 대응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책위는 송전탑 반대 투쟁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책위는 "오늘 자행된 이 폭력까지 포함해 이 싸움의 진실과 정의를 밝히고, 주민들의 명예를 지키고, 불이익을 예방하며, 끝까지 주민들을 지키고 지지하고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는 '밀양 송전탑 시즌 2'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현장의 마지막 거점인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까지 이렇게 심하게 해야 하느냐며 분노하고 낙심해 있다"면서도 "앞으로 주민들이 더 단결해서 타협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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