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검찰' 행보

김진태 검찰총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채동욱 전 총장 개인정보 유출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사건들이 검찰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민감한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정권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포 사건' 수사결과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지난 2012년 대선운동 당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선거에 이용한 혐의로 고발된 여권인사 10명 가운데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단 1명을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연루된 참여정부의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사실상 동전의 양면 같은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한 편은 약식기소, 다른 한 편은 기소라는 천양지차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결과를 현충일 연휴 바로 전날인 5일 발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기자들에게 통보했다가, 거센 항의가 잇따르자 9일로 연기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창 '세월호 참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달 7일 슬그머니 발표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결과에서도 편향성은 여전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외에도 고용복지수석실 등 다른 비서실들이 동원돼 채 전 총장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감찰활동"이라며 면죄부를 부여했다.

반면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조선일보가 지목한 채모 군의 유전자 검사조차 시행하지 않은 상태로 "채 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맞다"고 사실상 인정하면서 '채동욱 확인사살'에 나섰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든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에서도 검찰은 국정원 고위간부들에게는 증거조작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사퇴위기에 몰린 남재준 국정원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같은 현상은 혼외자 논란으로 채동욱 전 총장이 낙마한 뒤, 김진태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법조계 일각에서 이미 전망했던 터였다.

정권이 껄끄러워 하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부각시키다가 낙마한 채 전 총장 때와 달리 신임 총장 때부터는 검찰에 대한 정권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윗선에 직언도 서슴치 않는다는 김 총장의 강직한 성격 탓에 의외로 검찰 독립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도 나왔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들은 김 총장이 "검찰을 권력의 구미에 맞는 조직으로 길들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몇몇 정치적 사안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행태는 단순히 '편향'이라는 표현을 넘어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은 검찰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한 검찰 중견간부는 "아예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좋겠다. 권력에 맞설 의욕도 의사도 없다"며 "차라리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하는게 맞는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검찰이 염치를 버린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마치 권력이 뒤에서 조종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작동 기계' 같다고"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예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는 정권 편을 들더라도 양형이나 기소하는 인물수에서 균형이라도 맞추려는 고심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포장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검찰 조직 전체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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