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유병언 검거를 위해서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조치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유병언 전 회장 검거를 거듭 촉구한 것은 지난달 22일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이 넘도록 정확한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질책으로 풀이된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박 대통령 언급 이후 곧바로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회의실에서 이성한 청장은 전국 지방청장에게 "모든 경찰역량을 총투입해 유병언 부자를 신속히 검거하라"고 당부했다.
또 "유병언 부자 검거가 장기화되는데 대해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검거방식을 재점검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 반드시 조기에 잡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청은 지난 3일부터 유병언 부자 검거에 투입된 전국 경찰을 총지휘하는 총괄 테스크포스(TF)를 설치해 인천지검(최재경 검사장)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결국 꼬리 잡히나?
지난 2011년 10조원대 사기·부당대출 사건을 일으켰던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다 캐나다로 잠적한 박태규(74) 씨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결국 국내에 송환됐다.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정관계 로비를 벌였던 박 씨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캐나다로 도피했고 검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고도 박 씨를 붙잡지 못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씨를 못 데려오는 거냐, 안 데려오는 거냐, 내가 직접 송환을 요구해야하나"라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이후 검찰은 7명의 베테랑 수사관을 추가로 투입해 박 씨 친인척과 주변인물들을 압박, 박 씨의 귀국을 종용했고 결국 자진 귀국을 유도했다.
국내 주요 사건 피의자가 오랫동안 잠적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검거를 촉구한 것은 공통점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주도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이번 유병언 부자 검거에 나선 최재경 현 인천지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