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외교부와 그 산하 25개 공관 및 해외사무소를 감사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재외공관이 여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여권사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열람한 실태를 들여다 보면,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14개 공관에서 적게는 1건, 많게는 2564(주나고야총영사관)건에 이른다.
각 공관들은 여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해 개인의 가족관계와 병무행정, 심지어 사건사고 여부를 살폈다. 이는 여권사무 이외의 목적으로 개인의 정보가 사용될 때, 정보주체에게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전자정부법에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다.
이런 식의 '권한 밖 열람'보다 더 큰 문제는 공관이 개인정보를 왜 열람했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나고야총영사관이 여권사무와 관계 없이 열람한 2564건 중 2091건을 분석한 결과, 1281건(61.3%)은 열람 사유 자체가 불분명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여권사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가 제 3자에게 제공됐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교부는 여권정보시스템의 문제를 검토하거나 보완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가족을 찾는다든지, 재외선거 관련 등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의도' 없이 개인정보가 열람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감사원 지적 사례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8억 2천 들인 영상회의시스템, 방치하다가 감사시점 1회 활용
이밖에도 외교부는 2009년부터 감사 개시 시점까지 8억 2천 만원을 들여 마련한 글로벌영상회의시스템을 4년 간 한 차례도 활용하지 않고 방치했다. '청와대의 소집 지시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다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외교부는 부랴부랴 본부와 주프랑스대사관 간 영상회의시스템을 사용한 뒤 '영상회의 정례화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른바 '뒷북'을 쳤다.
재외공관에 파견된 간부급 군인들이 공관 운영경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주 칠레대사관 무관부에 근무했던 한 공군중령은 2009∼2012년 관서운영비로 자신과 가족의 식료품, 화장품 등을 구입하며 3만 달러(한화 3천만원) 상당을 횡령했다. 같은 기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과테말라 주재원사무소의 한 차장급 주재원은 2천8백만원 상당의 사무소 운영비 등을 횡령했고, 이를 개인 주차비와 주택 임차료 등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