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울에서의 완패, 충청과 강원 등 중부권 광역선거의 전패, 텃밭인 부산에서의 고전을 떠올린다면 결코 선방했다고 자랑삼아 얘기할 계제가 전혀 아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정부 여당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테니 국민의 경고를 마음 깊이 새겨 들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정부 여당이 6.4 선거의 교훈을 깊이 새기고 있을까? 아직은 '글쎄올시다'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한 이정현 홍보수석의 후임으로 8일 윤두현 디지털YTN 사장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오랜 언론인 생활을 통해 균형감 있는 사고와 날카로운 분석 능력을 발휘해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개조에 대한 정부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소통의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현직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관행이 계속되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앞으로도 언론을 계속 장악해 권언유착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즉각 야당 쪽에서 나왔다. 특히 윤 신임수석은 과거 BBK 가짜편지와 관련된 YTN의 단독보도를 일방적으로 보류시켰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출신지역은 TK다.
세월호에서 드러난 민심은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과 관피아 척결, 국정현안에 대한 미숙한 대응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대통령이 바뀌는 것, 즉 국정운영방식의 변화에 있다는 점을 우리는 누차 강조해 왔다.
집권 1년 반을 돌아보면 책임총리 공약은 온데간데 없고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국정운영이 어느 틈엔가 화석처럼 굳게 자리잡았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사 스타일도 더욱 공고해졌다. 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홍보수석 인선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직전 신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를 개혁할 적임자는 집권층 주변에서만 찾아서 될 일이 아니고 보다 널리 인재를 구해야 가능하다. 듣기 싫은 소리를 가감없이 할 수 있는 강단도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총리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장과 내각, 청와대 수석비서관 자리도 상당수 인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가개혁의 적임자', '국민들이 요구하는 분'이라고 명시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단지 선거용이었는지 아닌지, 국민들은 다음 인사를 예의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