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 선수들은 철저하게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공식 훈련이 없는 오전에는 대부분 선수가 숙소 내 체력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월드컵을 준비합니다. 공식 훈련에서도 선수들은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비장한 얼굴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 선수들은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는 모습입니다. 현장을 찾은 잉글랜드 취재진은 선수들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환한 표정으로 시내 중심가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선수의 상반된 표정만큼 감독의 모습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철저한 비공개 훈련을 하고 취재진과도 거리를 둘 정도로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홍 감독의 엄청난 카리스마에 대표팀 지원스태프들도 좀처럼 접근이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홍 감독과 달리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 감독은 바쁜 일정에도 숙소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현지를 찾은 자국의 축구팬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에 대한 팬의 궁금증을 호지슨 감독이 직접 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고 합니다. 잉글랜드는 축구종가답게 우리 대표팀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국내 축구선수들은 월드컵에 대해 "축구선수로서 반드시 서고 싶은 무대"라고 입을 맞췄습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FIFA에 가맹된 209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32개국만이 출전하는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축구선수들에게는 분명 '꿈의 무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꿈의 무대'에 나서는 선수들은 대회 자체를 즐기는 것이 옳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렇게 밟고 싶었던 월드컵 무대에 대한 기대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곳 마이애미에 와서야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출전 역사상 최초의 원정 8강 진출을 브라질월드컵의 공식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도중 취재진과 만나 16강 진출이 솔직한 목표라며 객관적인 전력상 조별예선 통과도 쉽지 않다는 솔직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출전 그 자체만으로도 평생의 꿈을 이룬 '홍명보호'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꿈의 무대'를 밟는다는 기쁨과 기대를 만끽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고사성어 가운데 논어(論語)의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시달리는 '홍명보호'에 조심스레 이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