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미국인 北억류…곤혹스런 워싱턴

잇따른 체포에 '속수무책'…"여행자제"만 되풀이

북한이 지난달 미국인 관광객 한명을 추가로 억류한데 대해 미국 정부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세명으로 늘어났는데도 현실적으로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는데다 앞으로 유사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억류 움직임은 과거와는 다소 다른 성격으로 보인다는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억류된 미국인들을 '인질'삼아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하기보다는 종교문제와 관련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제프레이 에드워드 포울레씨는 종교활동과 관련돼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포울레씨가 호텔에 성경을 남겨둔 채 출국하려고 했다'는 억류 이유로 제시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선교와 관련한 행적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종교활동과 관련해 무언가 '꼬투리'를 잡을만한 행동을 잡아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9개월째 억류중이던 한국 국적의 개신교 선교사인 김정욱씨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하고 이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북한은 북·중 국경에서 수년간 활동 중인 종교활동가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억류 케이스를 활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종교활동가들이 탈북자들의 탈출과 남한 정착을 돕고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 선교활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을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북한의 종교탄압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발표한 '2014 종교자유보고서'에서 북한을 13년째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12년 11월 체포돼 1년6개월째 억류 중인 케네스 배씨도 종교활동을 통한 국가전복 혐의가 적용돼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지난 4월 붙잡힌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의 경우에는 억류 경위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선교 등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인 돌출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이들의 석방을 위한 영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케네스 배씨의 경우 지난 4월 8일까지 스위덴 대사관을 통해 모두 11차례에 걸쳐 영사접촉이 이뤄졌으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제안을 아예 '무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억류 미국인들을 풀어주기를 기대해야하는 형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붙잡힌 미국인 메릴 뉴먼씨는 40여일만에, 종교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구금된 호주인 존 쇼트 씨는 보름 만에 풀려났다"며 "북한이 사안의 경중을 따져 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북한여행을 희망하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골칫거리다. 지난해와 올해 북한 방문을 자제하라는 여행경보를 두차례나 발령했지만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뉴저지주 여행사인 '우리 투어'를 운영하는 단츨러 울프씨는 뉴욕타임스에 "국무부의 여행경보 발령이 북한 여행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2년 넘게 북·미간 공식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도 미국이 억류 미국인들 문제와 관련해 '지렛대'를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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