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 차 프랑스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정상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노르망디 베누빌성에서 열린 기념식 오찬에 앞서 약 15분간 면담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양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과 유혈 사태를 조속히 종식하자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TV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유혈 사태를 끝내자는 포로셴코의 입장을 환영한다"면서 "어떻게 실행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바른 접근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선의를 증명하기 위해 동부 진압 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과 관련해 "포로셴코와 가스 가격을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러시아 국영 기업인)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와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35억 달러에 달하는 가스 대금 체납금을 갚지 않으면 이달 2일부터 선불제로만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 당선인도 "일단 대화가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다"면서 "러시아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건너오면 함께 이 상황을 해결할 첫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로셴코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선출된 후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성사됐다.
러시아는 7일 포로셴코 대통령의 취임식에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 미하일 주라보프를 참석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베누빌성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따로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포로셴코 대통령 당선인을 합법적인 우크라이나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 달 기한을 제시하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면담이 "긍정적이고 실질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와 푸틴은 이날 10∼15분간 만나 대화를 했으며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면담이 비공식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립하는 미·러 정상이 얼굴을 마주 보기는 작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5∼6일 이틀 동안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우크라이나 정상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지난 3월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분리주의 민병대 간 교전으로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동부 국경 주변 지역 일부를 장악해 통제권을 잃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