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남아공월드컵은 김보경(카디프 시티)에게 아쉬움으로 기억된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맹활약하며 '제2의 박지성'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덕에 당시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김보경에게 출전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첫 번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4년이 흘렀다. 어느덧 활동 무대는 일본 J리그가 아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바뀌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 챔피언십을 거쳐 프리미어리그 무대까지 올라섰던 그는 비록 소속팀의 강등으로 다음 시즌에는 다시 챔피언십에서 경기하게 됐지만 월드컵 출전 기회는 다시 한 번 주어졌다.
이번에도 출전 기회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김보경은 멀티 플레이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다. 김보경은 미드필더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가 주로 활약하는 포지션이지만 오른쪽 측면은 물론, 중앙에서 공격과 수비적인 임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제한된 선수로 최소 3경기를 치러야 하는 월드컵에서는 멀티 플레이어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홍명보 감독 역시 김보경의 최고 장점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꼽을 정도다. 대표팀 특성상 이청용(볼턴)의 뒤를 받치는 오른쪽 측면 자원으로 분류돼 훈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일(한국시각)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에서 만난 김보경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짧은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그는 "두 번째 출전하는 월드컵인데 팀을 위해 희생해 좋은 경기,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세트 플레이에서의 활용도까지 상당하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대표팀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주로 처리하지만 상황에 따라 김보경이 같은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선발 경쟁은 물론, 세트 플레이에서의 키커 역할도 2인자에서 준비하는 그는 "(기)성용이 형이 주로 맡아서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