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블룸버그 통신(현지시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거래상대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 법안)에 따라 미국기업 1천277개사가 전날 마감시한까지 관련 보고를 했으며 이중 67곳이 북한 조선중앙은행과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금융개혁법은 미국 정부가 자국 상장기업들에 인권침해가 자행되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인근 분쟁지역 국가에서 채굴한 금, 탄탈룸, 주석, 텅스텐 같은 광물자원을 생산제품에 사용했는지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해당 내용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이 북한과 거래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자사의 공급망에 북한이 포함됐다고 신고한 미국기업 중에는 휴렛패커드(HP)와 IBM, 랄프 로렌도 포함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HP의 마이클 새커 대변인은 "지난 1월 소수의 HP 공급자가 조선중앙은행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정보로는 조선중앙은행에서 취득한 광물을 우리 제품에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IBM은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를 통해 자사 제품에 북한에서 가공한 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더글러스 셸턴 IBM 대변인은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 IBM은 공급자가 믿을만한 곳에서 광물재료를 조달하기를 기대한다고 해명하는 데 그쳤다.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HP와 IBM 이외에도 가민, 시게이트, 윈드스트림 등이 북한산 골드바를 사용한 적이 있는 부품 공급자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금융개혁법 13조에 따라 광물 제련소와 정제소가 어디인지를 매년 보고해야 한다.
포린폴리시는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더는 골드바를 생산하지 않지만, 북한산이라고 찍힌 골드바가 앞으로 수년간은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은 2006년까지 골드바를 생산해 영국 국제거래시장 등에서 공인까지 받았지만 이후에는 골드바는 만들지 않고 금만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북한산 금을 사용하게 된 것은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분쟁광물 규제 문제에서 세계적 허브 역할을 해온 미국 전자산업시민연대(EICC/CFSI)가 작성한 골드바 등 광물 관련 옛 정보 자료에 조선중앙은행의 소재지가 '한국'(남한)으로 돼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시민연대 대변인을 인용해 이 신문은 전했다.
공급자가 골드바가 생산된 제련소의 위치 관련 코드를 실수로 잘못 입력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연대의 광물 관련 새 정보자료에서는 북한 관련 오류 정보가 삭제됐다.
금은 뛰어난 전도성 때문에 휴대전화기의 심카드 같이 부품을 연결하는 전도체로 가전제품에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