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경남 첫 진보교육감 박종훈 당선, "낡은교육 청산, 새 바람 불 것"

경남에서 주민직선제 이후 첫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4일 치러진 경남교육감 선거에서 박종훈 후보는 보수진영의 고영진(현 교육감), 중도진영의 권정호(전 교육감) 후보를 제치고 제16대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

박 당선자는 5일 오전 6시 현재, 97.7%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39.45%의 득표율을 얻어 권정호(30.43%), 고영진(30.10%)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박 당선자는 "정말 가슴이 벅차다"며 "그동안 경남교육에 대해 좋은 의견 많이 들려주시고 격려 또한 아낌없이 보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이를 중심에 두는 교육, 학교를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교육, 권위와 불통을 버리고 소통의 민주적인 교육청을 만드는 새로운 경남교육 시대를 활짝 열어나가겠다"며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막판 뒤집기 '한판승' 자신한 박종훈, 4년 전 패배 설욕

이번 경남교육감 선거는 세 후보가 지난 2010년에 이어 4년 만에 리턴매치로 치러진 선거라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당시 선거에서 세 후보가 1~2%p 차 박빙 승부를 벌인터라 이번 선거가 승부를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이 예고됐었다.

방송 출구조사에서도 경합지역으로 분류됐고, 세 후보가 개표 초반까지도 4~5%p 차 접전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개표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킨 박 당선자는 개표 말미로 갈수록 치고 나갔고 2위 후보와 현재 9%p 차이로 앞서면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전현직 교육감을 물리치고 4년 전 패배를 설욕한 것.

박 당선자는 지난 선거와 달리 경남 9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단일화 경선에서 '좋은 교육감 후보'로 뽑힌 뒤 일찌감치 선거전에 돌입했다.

단일화 경선에서도 3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시민사회가 첫 '진보 교육감' 탄생을 위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 당선자는 선거 기간 동안 상대 후보로부터 음주운전 경력과 논문 표절 등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고, 박 후보가 전교조 출신인 점을 부각시켜 '좌파 후보'라고 공격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상대 비방을 줄이며 선거에 임했다.

선거 막판인 지난 1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 자정까지 64시간 밤을 새며 교육 대장정에 나서는 등 최대한 거리 유세를 자제하고 도내 구석구석을 돌며 도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것도 당선에 주효했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진주외고 학교폭력 사망사건과 교육공무원의 관권선거 의혹, 청렴도 문제 등으로 고영진, 권정호 후보간 고발이 이어지는 등 상호 비방이 거세지자, 반대 급부로서의 표가 박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 당선자는 "관권선거와 사전선거운동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고영진, 권정호 후보와 달리 깨끗한 후보는 저 밖에 없다"는 점을 선거 막판 강점으로 내세웠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두 후보보다 뒤쳐졌지만, "여론조사가 자신에게 불리한데다 실제 득표와는 많이 다르다"며 막판 뒤집기 '한판승'을 자신했었고, 결국 이겼다.

▣ 풍부한 교육 경력, 현장 경험이 장점

옛 마산이 고향인 박 당선자는 1984년 창원문성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교단에 첫 발을 내딛었다.

민주화 시절 평교사 회장을 맡아 사학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촌지와 교재 채택료 거부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경남도의회 교육위원에 당선돼 8년 동안 의정 활동을 펼쳤다. 도교육청 예결산을 꼼꼼히 검토하는 등 가장 일 잘하는 교육위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당시 도내 900개 학교에 도서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등 학교 도서관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경남교육감 선거에 낙선한 이후 박 당선자는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21차례 정책토론을 하는 등 다양한 교육 정책 의제들을 폭넓게 다뤘다.

또,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딴 후 대형 버스에 2,000권의 책을 싣고 도서 벽지를 찾아 다니며 책도 읽고 영화도 보여주는 등 '찾아가는 숲속의 도서관'을 운영을 하면서 꾸준한 교육활동을 해왔다.

이처럼 현장교육과 교육행정에 두루 밝다는 평가는 받고 있는 박 당선자는 50대의 젊은 교육감을 내세우며 소통의 리더십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타 후보와 차별화했다.

▣ 경남교육 변화의 새 바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박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되면서 경남교육에도 새 바람이 불 전망이다.

부패와 무능의 낡은 교육을 버리고 새로운 교육을 표방한만큼 경남교육도 일대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고입 선발고사 폐지다. 고입 선발고사는 2002년 폐지됐다 학력 향상을 이유로 13년 만에 부활돼 올해 연말 시험을 치른다.

박 당선자는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10년 전에 포기했던 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이건 미래로 나가야 될 교육을 1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과감히 없애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3 학기말 교육 정상화를 주장했던 교육 주체들의 반발도 있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또, 강제성을 띤 야간 자율학습과 일제고사,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도 박 당선자의 개혁 대상이다.

이와 함께 진주외고 사태로 터진 학생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스쿨존 전면 개선, 식자재 방사능 검사, 학교폭력 예방 '무지개센터' 운영 등도 강력하게 추진한다.

체육복과 교복 구입비 지원과 더불어 경남도가 예산을 삭감했던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남도와 지자체의 도움없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운 교육청의 입장에선 무상급식 확대 추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 당선자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도민과 약속한 무상급식 로드맵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경남도와 지자체가 교육청과의 무상급식 분담비율 조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홍 지사를 비롯한 도의회 구성도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박 후보가 재원 마련 등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치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박 당선자는 "새로운 사고를 가진 교육감에 대해 굉장히 낯설수 없는 환경에서 지나치게 변화와 개혁에도 한계가 있다"며 "토론하고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변화를 꾀어 나가는 통합과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겠지만, 그러나 단호하게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신을 도운 98개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건강한 협력 관계 유지는 물론, 보수색이 짙은 경남 정서상 '진보'라는 이미지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봉합하고 헤쳐 나가느냐도 과제로 남아 있다.

박 후보는 "교육 문제에 있어서 개인적인 가치관이 진보와 보수일수도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진보, 보수로 나누는 것은 안맞다"며 "교육의 본질만 생각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털어냈다.

이 밖에 경남교육의 현안인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물론, 추락한 청렴도와 학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교실' 속 획기적인 수업 방법 개선, 교원 잡무 경감, 교육장 공모제 등도 박 당선자가 내세운 참신한 공약들로,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줄 지도 관심사다.

경남 첫 진보교육감인 박 당선자는 자신이 말한대로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학교, 교직원들은 신명나는 학교, 학부모에게 신뢰받는 학교"로 큰 변화의 돌풍을 불러 일으킬 지 앞으로 4년 간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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