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기간 내내 3위에 머물던 후보가 1, 2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일약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조희연 후보는 5일 오전 12시 59분 현재 20.3%의 개표율을 보인 가운데 득표율 38.1%(37만 4,175표)를 얻어 당선이 확실시된다.
조 후보는 선거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발표된 KBS·MBC·SBS 지상파 TV 3사 공동 출구 조사 결과에서도 40.9% 득표가 예측됐다.
하지만, 조 후보는 공식 후보로 등록한 지난달 15일 공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4.1%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선거운동 막바지인 5월 27~28일 여론조사에서도 17.4%로 1위에 10%포인트 넘게 뒤졌다.
그런 조 후보가 기적 같은 반전을 일궈내며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에선 설 자리가 없었다. 고 후보의 몰락은 투표일이 임박해 고승덕 후보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이 터뜨린 페이스북 파문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고 후보의 친딸이 고 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페이스북 글을 게시했고 격렬한 연쇄반응과 함께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튿날 문용린 후보는 고 후보와 그 딸을 '패륜'으로 비난하며 고 후보와 문 후보의 공방이 시작됐다.
이 같은 문용린·고승덕 후보 간 즉, 보수 후보 간 진흙탕 싸움에 환멸을 느낀 보수 지지층의 표심 변화가 조 후보를 여유 있는 1위로 도약시키는 데 한몫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광역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에서 1, 2위를 기록한 후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여론조사에서도 1, 2위를 달렸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3위 조 후보의 출구조사 1위 등극은 단순한 어부지리, 반사이익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수로 분류되는 고승덕 후보 지지층이 페이스북 파문이 터졌다고 해도 색깔이 분명한 진보 인사인 조희연 후보 지지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두 후보의 극언 공방에서 한 발 뺀 채 '교육정책 경쟁'을 주문하며 자신의 공약 알리기에 주력했다.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되는 조 후보의 진보적 비전과 전망 제시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승덕 후보 딸이 일으킨 페이스북 파문에 따른 반사이익과 보수 후보 간 이전투구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조 후보의 탄탄한 내공이 바탕이 돼 나온 게 표심이라는 분석이다.
또 조 후보의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평소 면모를 알리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것도 조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감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선거 막판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됨됨이가 맨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요동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선거는 민의를 재확인해서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을 이뤄가기 위한 진통 과정"이라며 "선거가 끝난 뒤에는 새로운 민의에 기초해서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후보는 "전임 문용린 교육감이 해왔던 것에서 긍정적인 정책은 적극적으로 계승해서 이어가도록 하겠다"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과 개혁은 우선순위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