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시민들은 아예 거리로 나와 공개적으로 군주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에 가세했다.
어려운 민생을 뒤로 한 채 해외여행을 하는 등 왕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기가 급락한 후안 카를로스(76) 국왕이 퇴위 의사를 밝힌 2일(현지시간), 스페인 전역 60여 개 도시에서는 군주제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2만 명(경찰추산)이,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엔 수 천명이 모여 "스페인의 내일은 공화국", "왕 없는 개혁"과 같은 구호들을 외치며 자신들의 주장을 폈다.
스페인 외에 다른 유럽과 남미국가의 30여 개 도시에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청원엔 많게는 11만3천여명이 서명을 한 상태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창당 넉 달 만에 5석을 확보해 급부상한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린 할 수 있다)도 트위터 등에서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1975년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국왕은 재위 39년 만에 아들인 펠리페 알폰소(46) 왕세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속된 장기침체에 20%를 넘어선 실업률, 왕실의 사치와 부패 추문 등에 '우리에게 왕이 꼭 필요한가'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어떤 왕도 지지하지 않는다. 왕실에 들어가는 납세자의 돈을 다른 곳에 써야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